칫솔 中企가 '비누 대기업' 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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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솔 전문제조회사 크리오는 31일 중견 생활용품전문기업 동산C&G(옛 동산유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크리오는 지난해 8월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동산C&G의 상표권을 인수했으며 최근 동산C&G의 생산공장 인수를 위해 공장의 담보권을 소유하고 있는 미국계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크리오 정태상(39)사장은 이날 "크리오를 태평양이나 LG생활건강에 버금가는 종합생활용품 회사로 만들기 위해 동산C&G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정사장은 아직까지도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동산C&G의 제품들을 새로 단장해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소비자들이 외면해 멀어진 제품이 아니라 회사가 망해 사라졌던 제품인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며 "적극적인 마케팅과 기능성 강화를 통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고 밝혔다.

크리오는 칫솔 브랜드 '크리오'를 생산.판매하는 회사로 1995년 설립됐다. 현재 칫솔시장 점유율 18%를 차지하고 있다. 할인점의 칫솔 판매만으로 따지면 시장점유율 1위다.

정사장은 원래 여관 등에 납품하는 1회용 칫솔을 만들어 팔던 가내수공업자였다. 그는 중앙대 4학년 재학 때 아버지가 운영하던 칫솔 제조업을 물려받아 1회용 칫솔을 각종 유흥업소에 파는 일을 시작했다.

95년 일반 칫솔을 주문자 상표 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크리오란 자체 브랜드도 만들었다. 크리오는 대기업 제품에 비해 싸면서도 제품이 좋은 칫솔이라는 점을 내세워 유통망을 뚫기 시작했다. 대형 할인점의 등장도 좋은 기회였다. 동네 수퍼마켓 영업이 불가능한 작은 기업이었지만 할인점이라는 유통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땐 '국산 칫솔의 자존심'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펼친 애국심 마케팅이 효과를 봤다. 97년까지 3~4%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이 18%까지 치솟았다.

크리오는 주부 사원을 활용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유명하다. 정사장도 매일 현장을 다니며 소비자들을 만나고 영업사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는다. 덕분에 97년 30억원이던 매출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46억원으로 늘었다. 2002년에는 세탁비누 '마르셀'로 유명한 평화유지를 인수했다.

54년 동산유지공업주식회사로 창립된 동산C&G는 '인삼비누"오이비누' 등의 비누 브랜드와 샴푸 및 보디용품 '섹시마일드' 등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하지만 사업 악화로 93년 SKM이 인수했으나 2000년 SKM도 부도가 나 다시 파산상태가 됐다.

박혜민 기자

*** 바로잡습니다

4월 1일자 E3면 '칫솔 中企가 비누 대기업 샀다' 기사 중 "크리오가 동산C&G 공장의 담보권을 소유한 미국계 금융회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해당 공장은 KH유동화전문유한회사가 법원 경매를 통해 공개 매각 처리 중이므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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