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프로 입단 동기생끼리 치른 TV 속기 결승전. 이세돌 9단이 흉내 바둑을 두어 또 다른 화제를 불러모은 이 바둑은 중국식 계가 끝에 1/4집이란 극미의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이세돌은 올 들어 세 번째 국제대회 우승. [사이버오로 제공]
이세돌 9단은 중국의 셰허 7단을, 조한승 9단은 이창호 9단을 각각 꺾고 결승에 올랐다. 초속기인 만큼 난타전이 예상됐으나 초반 포석에서 이세돌 9단이 의외의 흉내바둑을 들고 나오면서 집바둑으로 흘러갔다. 흑을 쥔 조한승 9단이 빠른 발과 유연한 ‘아웃 복싱’으로 이세돌의 파괴력을 제어하고 실리에서 앞서나가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계산’에서도 이세돌은 밀리지 않았다. 두터움을 배경으로 조금씩 따라잡기 시작한 이세돌은 후반 흑이 약간의 느슨함을 보이는 사이 아슬아슬한 반집 차로 바둑을 뒤집은 것이다. 운도 이세돌 편이었다. 한국의 KBS, 중국의 CCTV, 일본의 NHK 등 3국의 국영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이 대회는 이번에 중국에서 열리면서 중국룰을 적용했고, 그 바람에 덤이 통상의 6집반에서 7집반으로 바뀌었다. 이 한 집 차이가 결국 백의 반집 승(중국룰로는 1/4집 승)에 기여한 것이다.
포석에 약점을 보이면서도 전투, 계산, 수읽기 등 전방위적으로 탁월함을 보이고 있는 이세돌이 세계바둑의 ‘대마왕’으로 자리를 굳힐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불리한 바둑에서 놀라운 역전 능력을 보여주는 이세돌은 승부기질에서 역대 최강이란 평가를 받고 있어 세계바둑은 점차 이세돌이란 정점으로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과거 세계의 고수들이 ‘이창호 타도’에 몰입했던 것처럼 이젠 ‘이세돌 타도’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한 것이다. 이세돌은 현재 7관왕. 국내 3개(국수전·명인전·물가정보배)에 국제 4개(삼성화재배·LG배·도요타덴소배·TV아시아)를 갖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