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刎頸之交-친구를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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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문경지교(刎頸之交)는 친구를 위해서는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깊은 우정을 뜻한다.
이미 「완벽(完璧)」의 고사에서 언급했거니와 인상여(藺相如)라면 춘추시대 조(趙)를 위해 진(秦)의 소양왕(昭襄王)을 위협,화씨벽(和氏璧)을 고스란히 되가져 온 공로로 일약 상대부(上大夫)가 된 자다.
3년뒤 두 나라의 왕이 민지(池)에서 회동하게 되었을 때는 굴욕을 당할뻔 했던 조왕을 구하고 진왕을 무색케한 공로로 다시승진하여 상경(上卿)에 올랐다.
이렇게 그가 승승장구 승진하자 장군 염파(廉頗)는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녀석은 단지 세치 혀만 가지고 나보다 윗자리에앉았다.이것은 참을 수 없는 노릇이다.두고 보라.내 녀석에게 반드시 치욕을 안겨주고 말테니까.』이 소리를 들은 인상여는 갖은 구실로 그를 피했다.
그러자 인상여의 부하들은 그가 비굴하다며 하나 둘 곁을 떠나려 했다.
인상여가 말했다.
『조나라는 지금 진의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진이 우리를 감히치지못하는 것도 염장군과 내가 있기 때문이지.그런데 우리 둘이다투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그 점이네.국가의 안위가 우선이지 개인의 굴욕이야 그 다음 아니겠는가.』 염파는 이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
그는 스스로 웃통을 벗고 죄를 청해왔다.
「비천한 태생이라 상경의 넓은 뜻을 모르고….」 그후 두사람은 친교를 맺어 마침내 刎頸之交로 이름나게 되었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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