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나이는 숫자일 뿐? 박재홍의 ‘숫자’는 대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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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박재홍이 치는 걸 보면, 30-30(홈런·도루 각 30개) 할 때 같아. 조금만 어설프게 던져도 그냥 받아쳐 버리니깐.”

호타준족의 박재홍(35·SK·사진)을 두고 이종도 엑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렇게 평했다. 박재홍은 1996년과 98년, 그리고 2000년에 이르기까지 세 차례‘30-30클럽’에 가입했다. 올 시즌 박재홍은 단순히 ‘30-30’을 노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1일 삼성전까지 2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내용도 화끈하다. 5월 27일과 29일 KIA전에서 역대 세 번째의 진기록인 2경기 연속 만루포를 쏘아 올렸다. 1일 삼성전에서는 4타수 4안타를 휘몰아쳤다. SK는 최근 선발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렸지만 박재홍이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며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2일 현재 박재홍은 타격(0.391), 출루율(0.474) 1위를 달리고 있다. 무엇이 노장 박재홍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을까.

지난해 박재홍은 정확히 400타석에 들어섰다. 2006년보다 무려 139타석 가까이 줄어들었다. 붙박이 주전보다는 상대 팀·상대 투수에 따라 들어가기도 하고 벤치를 지키기도 했다. 플래툰 시스템을 애용하는 김성근 감독이 부임해 확실한 주전을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전 기회가 줄어들면서 박재홍은 속으로 불만을 품기도 했다. 자고 나면 바뀌는 타순과 플래툰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박재홍은 달라졌다. “그동안 내 안에서 야구를 했다”고 실토할 만큼 자기 중심의 야구를 버렸다. 전지훈련에서는 수차례 타격폼을 바꿔가며 맹훈련했다. 박재홍은 1일 “최근 밸런스도 좋고 타격감도 괜찮다. 상대 투수가 변화구·유인구를 많이 던지는데도 감이 좋으니까 나쁜 공에 손이 나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무조건 적극적으로 공략하던 과거 스타일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박재홍은 “안타도 중요하지만 출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 그래서 선구안도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개인 기록에 신경 쓰면 팀 성적이 떨어진다”며 호통을 치던 김성근 감독도 달라진 박재홍의 기록 도전을 후원하고 나섰다.

한편 이번 주에도 프로야구 관전 포인트는 롯데다. 공동 2위인 두산, 선두 SK와 잇따라 사직에서 3연전을 치른다.

이은경 기자

◆역대 연속 경기 안타 순위

1위 39경기 박종호(삼성) 2003. 8. 29 ~ 2004. 4. 21
2위 31경기 박정태(롯데) 1999. 5. 5 ~ 1999. 6. 9
3위 28경기 박재홍(SK) 2008. 4. 29 ~ 진행 중

◆박재홍의 올 시즌 주요 공격 부문 순위 (2일 현재)

타율 1위(0.391) 출루율 1위(0.474) 장타율 2위(0.669)
타점 공동 5위(37개) 홈런 공동 7위(9개) 최다안타 9위(5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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