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26년 만에 민간 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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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산업은행 총재에 민유성(54·사진)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가 내정됐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민 대표를 산업은행 총재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2일 발표했다. 민간 출신 산업은행 총재는 하영기씨 이후 26년 만이다.

금융위는 애초부터 산은 총재로 민간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 내정자는 경력의 대부분을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쌓았다. 경기고와 서강대 경영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한 민 내정자가 국내 금융회사와 인연을 맺은 건 2001년 4월부터 3년여간 우리금융지주 부회장으로 일한 게 거의 전부다. 이때 민 내정자는 우리금융의 재무총괄 부회장으로 근무했는데 당시 전략총괄 부회장이 바로 전광우 위원장이었다.

당시 인연으로 민 내정자를 알게 된 전 위원장은 청와대와의 사전 조율 과정에서 민 대표를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위원장은 이날 “민 대표는 국내외 금융계에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며 “향후 민영화와 해외 진출을 통해 산업은행을 국제적 투자은행(IB)으로 만들 적임자”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이 민 대표와 경합했지만 전 위원장과 산은 총재의 업무협조 등을 고려해 민 대표가 최종 낙점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은 민영화에선 전 위원장과 민 내정자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향후 산업은행과 기업·우리은행을 합쳐 메가뱅크화하는 문제, 산은 지분을 언제 누구에게 팔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은 의사 결정권자들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민 내정자는 “우선 민영화한 뒤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성장시키는 게 시급한 과제”라며 “온몸을 던져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회사 설립과 기업 공개 후 지분 매각 등은 이미 우리금융에서 경험했던 것”이라며 “짜인 일정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 금융시장이 위축되긴 했지만 그럴수록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로 진출하기는 더 좋다”며 “민영화된 산업은행이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회사가 되도록 확실한 먹거리 찾기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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