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 "한국, 급격히 좌향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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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 사회가 노무현 정권 하에서 급격히 '좌향좌'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의 우파 논객이나 일부 언론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의 대니 기팅스 논설 부주간은 29일자 서울발 칼럼에서 "한국이 북한을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로 방어토록 해야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각 칼럼과 보도의 요약이다.

◇월스트리트 저널=1991년에 실시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 내 반미 감정은 학교에 다닌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강했다. 5년 전에 햇볕정책을 타고 합법화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반미 교육 때문에라도 한국의 반미 감정은 더욱 악화됐을 게 분명하다. 전교조는 '테러'란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인에게 가하는 고통이라는 항목을 답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험 문제를 출제했다.

한국이 추구하는 햇볕정책은 주한미군의 존재 이유를 허물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위협은 미군 3만여명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핵심 명분이다. 그러나 북한이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한.미 동맹은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달 초 발표한 안보정책 구상에서 북한을 더 이상 '주적(主敵)'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최근 핵무기 제조에 나섰는데도 북한의 위협이 완화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이 달라졌으며 "평화 의지"를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결과 한국민은 북한의 핵무기가 자신들이 아니라 다른 곳을 겨냥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盧대통령은 최근 선거법 위반 혐의로 탄핵됐다. 그러나 탄핵 파동의 후폭풍으로 인해 盧대통령이 지지하는 열린우리당은 4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열린우리당 구성원들이 강한 친북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盧대통령은 그들에 비하면 오히려 '네오콘(신보수주의자)'처럼 비칠 정도다. 김정일은 이미 지난 연말 "남조선 내 반공 보수 세력이 밀려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을 본토로 철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한국전에서 미군 3만3000명이 목숨을 잃었던 희생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울을 평양의 영향권 아래 두는 것도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다만 주한미군을 괌으로 철수시킬 경우 미국은 한국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북한의 핵무기 확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기타 언론=워싱턴 포스트는 13일 한국의 탄핵 정국과 관련, " 한국 사회가 심각한 이데올로기적 분열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盧대통령의 정치적 운명과 그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에 따라 ▶주한미군 재배치▶북핵 문제▶한국 경제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 통신인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드로사(예일대 경영대학원)교수도 지난 14일 한국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인식을 퇴색시킬 것"이라며 "김정일이 가장 즐거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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