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이후 처음 열릴 예정이던 아랍연맹 정상회담이 29일 돌연 취소된 것은 1945년 아랍연맹 창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언제 다시 열릴지도 불투명하다. 회담이 늦어질수록 후유증은 커질 게 분명하다. 미국이 제시한 '중동 민주화 개혁 구상'에 맞서 아랍권의 입장을 조율하는 중요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으로 분열된 상처를 치유하고 단합을 모색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지도자 살해에 대한 대응 방법을 놓고 회원국 간 이견이 크다는 것이 회담 취소의 표면적 이유다. 하지만 아랍국가들의 개혁의지 부족이 더 큰 원인이다. 왕정과 군사독재정권이 대부분인 아랍권에서 개혁은 자칫 정권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오만.바레인 등 7개국이 국가 정상이 아닌 각료급을 회담에 파견키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무산된 이번 회담이 역대 가장 성공한 아랍연맹 정상회담이라는 역설적 평가도 있다. 의미 없는 성명으로 실패를 덮어왔던 전례에 비해 처음으로 실패를 인정함으로써 아랍권이 진지한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