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자당의 자기개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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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이 뭔가 변신(變身)의 몸부림을 쳐야 할 사정임은 이해가 간다.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노태우(盧泰愚)씨의 비자금으로5년간 당을 꾸려왔고,그런 인물을 총재로 모시고 추종해 왔으니지금 와서 보면 민자당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됐다. 늦게라도 당명(黨名)부터 고치고 대대적 개혁을 시작한다는 것은 자구(自救)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우리는 민자당이새 간판 아래 얼마나 자기변화를 보일지 주시코자 한다.
민자당은 아직 자기개혁의 방향이나 기준에 대해 밝힌 것이 없지만 우리가 보기에 지도체제를 바꾸고,몇 사람을 부총재를 시키고 안시키고 하는 변화로는 아무리 당명을 바꿔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盧씨 사건과 맞물린 현재의 상황이 요 구하고 국민이 정말 바라는 개혁이 이뤄질 때라야 새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反부패라는 기준의 확립과 실천이다.과거 부패와 연관된 내부 요소를 털어내는 일이 급선무다.정치로 축재하고,이권(利權)으로 치부한 부류(部類)의 후퇴와 퇴장이 있어야 할 것이다.그리고 거액의 정치자금을 필 수적으로 요구하는 비대한 사무조직등 당의 구조와 운영방식을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다음으로 할 일은 과감한 黨민주화다.민자당은 부끄럽게도 盧씨시절 추종만 했고 그런 체질은 지금도 마찬가지다.명색 민주정당이 1人 의존형으로 내부에 이런저런 의견이라곤 나오지 않는 정당이다.이런 비민주적 당 운영과 당 질서를 그대 로 두고는 아무리 개혁해봐야 소용이 없다.한 정당으로서는 중대한 결단인 당명 변경같은 일을 어느날 갑자기 총재의 지시 하나로 기정사실화하는데서도 민자당의 비민주적 체질은 드러난다.
우리는 민자당이 개혁을 한다면 최소한 이런 두가지 기준은 가져야 한다고 믿으면서,혹시라도 개혁을 명분으로 특정계파의 헤게모니 장악을 꾀하거나 黨내분이 일어난다면 민자당의 장래는 암담할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두고 싶다.멀잖은 총선에서 민자당이 정국 안정세력이 되느냐,못되느냐는 자기개혁의 성패에 달렸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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