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10·26' 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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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MBC-TV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다음달 4일 김재규의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사건을 방송한다. 4.15 총선을 11일 앞둔 날이다.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쏘았는가'라는 제목의 이날 방송은 1970년대 유신체제에 대한 김재규의 고민을 다룬다. 당초 제목은 '79년 10월, 김재규는 왜 박정희를 쏘았는가'였지만 방송을 앞두고 수정됐다.

제작진이 '이제는…' 홈페이지에 올린 방송 예고내용에 따르면 김재규는 부마(부산.마산)시위를 체제 전반에 대한 민란 수준의 저항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미국도 김재규를 '강압적인 유신체제를 완화하고 인권 개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창구'로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 시청자 게시판에는 여러 가지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나찬주씨는 "MBC가 난데없이 朴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박근혜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호영씨는 "이것은 몇달 전부터 기획하고 만든 것"이라며 "기획 당시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대표가 될지 어찌 알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제는…'의 정길화 책임PD는 "지난해에 기획해 사전제작을 해온 것"이라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김우룡(신문방송학)교수는 "방송에서 박정희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킬 경우 박근혜 대표의 이미지를 훼손해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거에 임박해 이런 방송을 편성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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