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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만원 법니다 이 농부가 사는 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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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달 23일 강원도 원주 시내에서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20분 달려 도착한 원주시 신림면 용암3리. 동네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을 지나자 250동이나 되는 비닐하우스 단지가 눈에 띄었다. 16만 규모의 단지에는 새싹부터 사람 키 크기까지 발육 상태가 다양한 신선초와 케일이 자라고 있었다. 이곳에서 물주기 작업에 한창이던 원대일(46·사진)씨는 자신을 ‘고소득 농사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년에 한두 번 수확물을 팔아야 돈을 만지는 일반 농사꾼과 달리 내 통장으로 매달 1000만원 이상이 들어온다”며 “생활이 안정되고 장기적인 인생계획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간상 없애고=그가 밝힌 고소득 비결은 계약재배. 그는 기르는 작물을 100% 풀무원에 녹즙 원료로 납품하고 매달 정산한다. 그는 “계약재배 전과 비교하면 벌어들이는 돈이 수십 배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1994년까지만 해도 그는 신선초를 중간상인에게 ㎏당 300원가량에 넘겼다. 빨리 팔지 않으면 폐기처분해야 하는 작물이어서 울며겨자먹기식이었다. 당시 시중에서 ㎏당 1000원 넘게 거래된다는 사실을 안 그는 농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94년 말 풀무원과 계약재배가 성사되면서 ㎏당 1300원을 받았다. 풀무원 매출이 증가함에 따라 소득이 늘고 경작지도 넓어져 5개 동이던 비닐하우스가 80개 동으로 늘었다. 그는 “마을의 다른 주민들도 하나 둘 관심을 보여 현재는 7가구가 250개 동을 경작한다”고 전했다.

◇업체와 함께 재배 기술 연구=겨울이 되면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내부 온도 유지를 위해 써야 하는 난방유 가격 때문에 고심한다. 원씨도 마찬가지. 95년 농업용 면세유는 L당 130원이었다. “한 개 동의 난방을 위해 220L짜리 기름통을 가득 채워도 일주일을 못 버텼죠. 5개 동 난방비만 월 40만원이 넘어 겨울이면 수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면세유 가격이 L당 1200원까지 치솟은 지금이라면 전체 난방에 드는 돈은 월 8000만원 정도. 겨울 농사는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는 이 같은 사정을 풀무원 기술연구소에 전했다. 연구소와 원씨는 3년간 국내외의 난방비 절감방법을 연구했다. 마침내 98년 지하수를 끌어올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하 110m의 물 온도는 15도쯤 되는데, 이 물을 끌어올려 이중으로 된 비닐하우스 안쪽 천장에 뿌려주는 방식이죠.” 지난 겨울 월평균 난방비로 그는 전기세를 400만원 정도밖에 내지 않았다.

◇뛰는 물가도 잡아=국순당은 올해 술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는 쌀 320t을 지난해 초 미리 농가들과 계약했다. 아직 재배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약속 재배’다. 2004년부터는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술 재료로 사용할 쌀을 개발했다. ‘설갱미’라는 세계 최초의 양조용 쌀이다. 국순당은 올해 110여 농가와 2500여t의 설갱미를 사들이는 계약을 했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은 “농가는 미리 일정 가격에 판로를 확보하게 되고, 회사는 원료를 안정적으로 수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신세계이마트는 지난해 배추 판매량의 70%(220만 포기)를 계약재배 방식으로 확보했다. 당시 업무를 담당한 이명근 대리는 “지난해 기상 악화로 배추 값이 포기당 3000원까지 폭등했지만 계약재배 덕에 평균 1100원대로 팔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주=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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