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구속파장-석유기지공사 내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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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에게 거액의 비자금이 건네졌던 전남 여천등 다섯곳의 석유비축기지 공사는 업체들간의 담합으로 수주되고그 대가로 거액의 사례비를 모아 전달하는등 변칙적인 공사수주 관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도급업체로부터도 사례비를 챙긴 사실까지 드러나 정부수주 국책건설사업을 둘러싼 검은 내막의 치부가 얼마나 깊은지 읽게한다. 검찰은 여천등 다섯곳의 석유비축기지 공사에 참여한 10개 건설업체로부터 발주사인 석유개발공사측에 빠짐없이 거액의 사례비가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업체 관계자들은 『담합에 의해 공사가 수주되고 그 대가로 사례비를 건넸다』면서 『이 는 오래된 공사 수주의 관행』이라고 진술했다.
문제가 된 다섯곳의 석유비축기지공사에 참여한 업체는 선경.럭키.현대.대호.대림.동부.범양.삼성.한양.삼부등 10개 업체.
이중 선경.현대.대림.범양.한양등 5개사가 주계약업체.럭키.삼성등 나머지 5개 업체는 주계약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식으로 공사에 참여했다.
규모가 1,189억원으로 가장 큰 여수 U-1-1기지 공사는선경과 럭키가 각각 749억원(63%),439억원(37%)에 공사를 배분했고 여수 U-1-2기지 공사(공사규모 645억원)는 현대 407억원(63%),대호건설 238억원 (37%),평택 L-1기지 공사(217억원)는 한양이 198억원(91%),삼부토건이 19억원(9%)에 맡았다.
또 구리시에 건설된 K-1기지(111억원)는 범양과 삼성이 각각 73억원(59%),45억원(41%)을,거제도 U-2기지 공사(852억원)는 대림과 동부가 각각 537억원(63%),315억원(37%)에 공사를 수주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업체중 주계약자 5개사가 각 기지 공사를 나눠먹기식으로 담합,수주했다는 시인을 받아냈다고 한다.물론 수주대가로 유개공측에 사례비를 전달한 사실도 확인했다.
공사 수주에 대한 사례비는 공사액의 일정비율(2~3%)을 공사수주의 비율에 따라 주계약자와 하도급업체들이 분담한 뒤 주계약자가 모아서 발주사에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공사의 입찰이 며칠사이에 일제히 실시돼 수주업체가 선정됐던 점도 이들 업체간의 담합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섯곳중 평택 L-1석유비축기지공사의 경우 주계약자인 한양이다른 공사의 수주업체들과는 달리 공사수주액의 91%를 차지했던점으로 미뤄 발주과정부터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다.
또 당시 도급순위가 크게 떨어졌던 일부 업체들이 공사액이 100억원을 훨씬 넘는 대형 국책 공사에 참여했던 점도 비슷한 의문을 갖게 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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