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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수학처럼 신나는 학문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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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학으로 생각한다
지마 히로유키 지음, 박지현 옮김
동아시아, 264쪽, 1만2000원

18~19세기에 활동한 독일 수학자 가우스의 잘 알려진 일화. 학생 때 수학 선생님이 “1에서 100까지를 모두 더하라”는 숙제를 내자 그는 석판(당시 공책은 종이가 아니었다)에 곧장 답을 적었다.

그는 1에다 2를 더하고, 거기다 3을 더하는 식으로 차례대로 계산하지 않았다. 대신 숫자를 앞에서 세면 하나씩 늘어가고, 뒤에서 세면 하나씩 준다는 간단한 원리를 이용했다. 그래서 1과 100을 더했을 때 나오는 101이라는 숫자를 50번 반복 합산해 5050이라는 답을 순식간에 내놨다.

도쿄대 수학과 출신으로 현재 경제학 교수인 지은이는 이런 사례를 들면서 “인간으로 태어나 수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수학이란 게 머리로 성취감을 얻는 것은 물론, 사는 데 실질적인 도움도 아주 많이 준다고 강조한다. 유연한 머리쓰기로 세상을 더욱 즐겁고 신나게 하는 게 수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간단한 수학만 잘 활용해도 첨단과학 이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수학적 발상은 인간관계와 사회현상, 그리고 우주의 수수께끼까지 연구하는 기초라는 설명이다. 상대성 이론, 도플러 효과, 빅뱅 이론이라는 어머어마한 과학적 성과도 사실은 속력 거리 시간을 계산하는 기본적인 문제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앞에서 예를 든 가우스 덧셈도 경제학에서 자주 이용된다. 주가지수 선물거래라는 금융기법이 한 사례다. 장래에 주가지수가 떨어지더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서 지금 가진 주식의 가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상품이다. 가우스의 덧셈처럼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이 작아지는 구조다.

노벨상감인 여러 경제이론도 알고 보면 간단한 수학에서 비롯됐다.

경제성장과 침체를 해석하는 복잡한 이론도 사실은 단위 시간에 이뤄지는 일의 양을 푸는 문제에서 시작했다. 지은이는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회구조를 파악하는 데 수학이 어떻게 중요한 발상을 제공하는지를 쉽게 설명하면서 수학의 맛과 멋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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