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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이재오-③ 정치인에 입문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week&이 ‘종횡무진 인터뷰’를 선보입니다. 세상에 호기심 많은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인터뷰어로 나섭니다. ‘예쁘고 착한’ 인터뷰가 아닙니다. 뻔한 질문 하지 않습니다. 판에 박힌 대답은 버리겠습니다.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콕콕 찍어냅니다. 정치인·기업인·예술인·대중문화인… 가리지 않고 만나러 갑니다. 그때그때 형식이 달라집니다. 격주로 찾아갑니다. 기대해도 좋습니다.

첫 번째 만난 사람은 한나라당 이재오 전의원입니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였던 박경철과 집권 한나라당의 실세 이재오, 불꽃 튀는 14시간이었습니다.

◈ [동영상] 한나라당 실세 이재오 '불꽃튀는 14시간 인터뷰' | [화보]



(17대 국회의 임기는 29일로 끝났다. 인터뷰 시점 상 여기서는 ‘이재오 전의원’을 ‘이 의원’으로 싣는다.)

정치인에 입문하다

5번의 투옥과 출소를 거듭한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무슨 일 하나 제대로 하기도전에 이렇게 잡혀 들어가서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선 잡혀 들어가지 않아야 뭘 해도 할 수 있을 거다. 그러려면 헌법에 보장된 정당조직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 민중당을 만든 이유가, 단지 잡혀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고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이유도 컸죠. 전민련을 할 때인데, 정기표, 이우재, 김문수 등과 머리를 맞댔어요. 야당 정치인들은 들어가도 금방 나오던데 우리는 이러다가 감옥에서 죽게 생겼다. 이래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당을 만들자고 했죠. 그리고 만든 게 민중당이었어요.

-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게 그것인데, 민중당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나요?

계급정당이 아닌 대중정당, 이념추구가 아닌 민주적 가치에 충실한 독자적인 민중권력을 구현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반북 반주사파를 내걸고 주체사상을 부정했죠. 바깥세상에서 보면 소위 PD 계열 이었던 셈이죠.

그는 ‘반 북, 반 주사파’라는 부분에서 강하게 힘을 주었고, 몇 차례나 부연 설명을 했다. 그의 무의식 속에는 한나라당내에서 그를 바라보는 회의적인 시선에 대한 상당한 피해의식이 잠재해 있는 듯 했다. 어쨌건 그의 정치실험은 총선에서 3%도 안 되는 득표를 함으로서 실패한다. 정당 득표율 미달로 당이 해체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최소 3% 득표는 할 줄 알았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 진보신당의 득표수준으로 비추어 볼 때 당시 그들은 무리한 꿈을 꾸고 있었다. 민중당은 그 와중에 15대 대선에서 DJ에 대한 비판적 지지파와 YS를 중심으로 하는 단일화 세력으로 양분되고, 김문수, 이우재, 이재오 순으로 YS에 의해 당시 민자당에 영입이 된다.


- 그로 인해 진보진영에서는 배신자라는 비난이 강하지 않았습니까? 신한국당 입장에서는 전향이지만, 진보진영의 입장에서는 변절 아닙니까?

민중당이 독자적 권력을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요원했어요. 대중적이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계룡산 회의를 통해서 각자 소신대로 입장을 정하기로 했어요. 다만 민중당이 아닌 개인자격으로 들어가기로 한 거죠. 나는 YS 가 JP와 결별한 후 신한국당이 된 후에 입당했죠. 개인적으로는 국회진입의 수단이었을 뿐이죠.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JP와 결별 후 신한국당 시절에 들어갔다’ ‘대중적이지 못했다’ ‘국회진입의 수단이었다’와 같은 말들에 힘이 들어갔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전향한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고 미래다. 과거는 불필요하다. 단지 내려 놓아야 할 짐일 뿐인 것이다.

- YS와의 인연이 궁금한데요?

YS 입장에서는 과거와의 단절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군사정권 이래로 깊이 뿌리박은 수구적 전통을 청산해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만나자고 해서 찾아갔더니 ‘다른 거 없데이. 정치는 국회의원이 되는기라’ 딱 이렇게 말하더군요. 당시로서는 현실정치에 접속하려면 국회의원이 되는 것 그것 말고는 길이 없었죠.

그의 말대로라면 국회의원이 된 것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 셈이었다. 그러나 이재오는 그렇게 시작된 YS와의 인연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YS의 차남 현철씨의 공천이 거부당해 YS측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하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그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당헌당규에 안 된다고 딱 나와 있는데 난들 어떻게 하나, 사무총장 출신이 그걸 몰랐냐고 하면 뭐 할 말이 없지만, 솔직히 그걸 의식하지 못했고, 나중에 예외적으로라도 억지로 하려면 했겠지만, 그걸 공심위가 받아 줬겠는가?’ 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YS측에서 이런 해명을 받아 들일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박경철 donodonsu@naver.com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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