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쇠고기 수입고시, 뒷수습은 깔끔하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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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산 쇠고기의 새 수입위생조건을 담은 장관 고시가 발표됐다. 이제 행정적 절차는 마무리됐고 미국산 쇠고기가 다음 달부터 국내에 유통된다. 이번 고시는 완벽하지도 않고 최선도 아니다. 하지만 그동안 불거진 여러 가지 협상 문제점을 나름대로 보완했고, 더 이상 다른 방도를 찾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민의 불만을 자극해온 수입검역 주권과, 불안을 부추긴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대한 추가 협의 내용은 부칙에 포함됐다. 광우병 발생 시 수입 중단도 명문화됐고, 미국 내수용과 수입 쇠고기의 안전 기준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이번 수입위생조건은 영원불변의 규정이 아니다. 상황이 바뀌면 양국 간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 이미 정부는 미국과 일본·대만의 협상 결과에 따라 우리가 차별을 받았다면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미 간에는 항상 다양한 형태의 의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기준에 어긋나는 조항은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미국 정부나 축산업자들도 한국 국민의 건강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잘못된 수입위생조건을 고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되짚어 보면 이번 사태 와중에서 정부는 실수와 헛발질투성이였다. 광우병 공포보다 우왕좌왕하는 정부가 훨씬 불안하게 보였다. 이제 뒷수습이라도 깔끔하게 해주길 주문한다.

그 첫 행보는 믿을 수 있는 후속 대책을 내놓는 일이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와 이력추적제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한다. 또 소값 폭락과 사료값 폭등의 이중고에 신음하는 한우농가 지원 대책도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촛불을 끄고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자칫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반정부 운동의 빌미로 악용돼선 안 된다. 이런 사태를 차단하려면 정부부터 대통령 사과문에서 약속한 대로 소통을 늘려가야 한다.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쉽지 않다. 정부가 몸을 낮추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그래야 광우병 사태의 여진과 후폭풍을 잠재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