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 평균 연령 67세, 최고령 87세…“이곳이 인생 2막 출발점이죠”](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joongang_sunday/202404/27/74a81d39-04ad-4d10-8a8a-47f51a081a28.jpg.thumb.jpg/_ir_432x244_/aa.jpg)
첫 번째 만난 사람은 한나라당 이재오 전의원입니다.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간사였던 박경철과 집권 한나라당의 실세 이재오, 불꽃 튀는 14시간이었습니다.
(17대 국회의 임기는 29일로 끝났다. 인터뷰 시점 상 여기서는 ‘이재오 전의원’을 ‘이 의원’으로 싣는다.)
자의 반 타의 반
인터뷰를 위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짜릿한 경험이다. 인터뷰는 승부다. 방어막을 치고 하고 싶은 말만 하려는 상대의 속을 온전히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다. 그가 정치인일 경우에는 아예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악취이건, 향취이건 고유의 향기가 있다. 정치인 이재오의 인터뷰는, 사람에게 밀랍을 씌워 냄새를 가두고 그것으로 향기를 만드는 소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처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투사가 된 일월산 촌놈
5월 20일 오전 7시50분 서울 은평구 예일여고 정문. ‘남산산악회’ 안내판이 붙은 관광버스 앞에 흰색 카니발 한 대가 멈췄다. 등산복 차림의 이재오 의원이 내려섰다(이 의원의 호가 남산이다). 정치인들과의 악수는 대개 유쾌하지 않다. 의식적으로 상대의 손을 꽉 쥐는 습관 때문이다. 이재오의 악수도 다르지 않았다. 그의 카니발 옆자리에 앉았다. 차가 출발하자마자 ‘정치인 이재오의 그릇을 알고 싶다. 곤혹스럽고 무례한 질문이 많더라도 이해 바란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노회한 직업 정치인을 상대로 에둘러 말하거나, 입에 발린 수사를 남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어차피 상대는 선수 아닌가.
▶(모든 인터뷰는 상대가 원하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래야 다음이 원만하다.) 학창시절 활동이 남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촌에서 그래 봐야…’하며 웃었지만, 그는 이후로도 ‘촌’ 혹은 ‘촌놈’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강한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청 공무원으로 특채됐지만 중앙대 농촌경제학과에 수석으로 합격해 상경한다. 그리고 곧 6·3 반대 시위에 뛰어든다. 65년 국회에서 비준안이 통과되고 위수령이 내려지면서 그해 12월에 체포돼 제적 처분을 받고 강제 징집된다. 그때 처음으로 군사정권에 대한 자각을 했단다. ‘개인의 행복은 사회적 조건이 가능할 때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그는 이것을 ‘부조리함’이라고 표현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군사정권에 대한 반대 투쟁의 전면에 나선다. 71년 당시 한·일회담 반대 운동 출신들인 백기완·문익환·계훈제 등과 ‘민주수호청년협의회’를 결성했다. 이후 79년 6월 안동교구의 가톨릭 농민회 임원이었던 ‘오원춘’이 정보기관에 의해 납치·감금되는 소위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다.)
▶그 얘기 좀 들려주시죠. 그 사건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첫 인연이라면서요?
당시 앰네스티에서 일할 때였는데 오원춘 사건으로 안동에 갔어요. 점심을 먹으러 안동댐 근처 식당에 갔는데 댐 초입에 커다란 돌이 하나 서 있더라고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대통령 영애 박근혜양 방생기념비’ 뭐 이런 거였죠…. 그런데 그 뒤로 돌아가니 구석진 곳에 또 다른 작은 비석이 하나 서 있어요. 댐을 만들 때 순직한 근로자 ‘위령비’였죠. 그걸 보고 ‘아, 근로자 목숨이 물고기보다 못한 게 독재정권이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그게 박근혜 전 대표와 나의 첫 인연이라면 인연인 셈이죠….
(당시에야 자신인들 30년 뒤에 그녀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부르며 치열한 권력 투쟁을 벌이게 될 줄 알았겠는가. 더구나 그로 인해 낙선자가 돼 미국으로 떠났으니…. 그날 밤 안동 시내에서 촛불시위를 주도한 그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세 번째 옥살이를 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투사의 길로 들어선 건가요? 그런데 전민련 사건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전민련 조국통일위원장 시절에 제1회 범민족대회가 열렸어요. 문익환 목사가 방북을 했는데, 정말 나는 그 사실을 몰랐어요. 전격적인 방북이었죠. 그 때문에 다시 구속됐는데 감옥에서 ‘민족과 통일’이란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죠. 그 전까지는 반독재 투쟁이 전부였다면, 평화라는 마지막 자각을 한 셈이죠.
(그는 ‘시대가 투사를 만든다’ ‘내 인생 자체가 바로 해방 후 격동의 30년 그 자체다’고 말했다.)
정치에 입문하다
▶(다섯 번의 옥살이 끝에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이러다간 무슨 일 하나라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우선 안 잡혀 들어가려면 헌법에 보장된 정당 조직을 만들자’고 생각한다.) 당시 민중당의 정체성이 무엇이었나요?
계급 정당이 아닌 대중 정당, 이념 추구가 아닌 민주적 가치에 충실한 독자적인 민중 권력을 구현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우리는 반북, 반주사파를 내걸고 주체사상을 부정했어요. 바깥 세상에서 보면 소위 PD 계열이었던 셈이죠.
(그는 ‘반북, 반주사파’라는 부분을 강조했고 몇 차례나 부연 설명을 했다. 일부에서 그를 보는 회의적인 시선에 대한 상당한 피해의식이 잠재해 있는 듯했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전향한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현재고 미래다. 과거는 불필요하다. 단지 내려놓아야 할 짐일 뿐이다.) 민중당 실패 후 YS를 만났죠? 그가 뭐라던가요?
만나자고 해서 찾아갔더니 ‘다른 거 없데이, 정치는 국회의원이 되는 기라…’ 딱 이렇게 말해요. 그 말이 맞았어요. 그 뒤로 김문수·이우재와 함께 신한국당에 입당했죠.
(그의 말대로라면 국회의원이 된 것은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 셈이었다. 그렇게 맺은 YS와의 인연은 아름답지 않았다. 이번 총선에서 YS의 차남 현철씨가 공천을 거부당하자 YS 측이 상당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는 ‘당헌·당규에 안 된다고 딱 나와 있는데 난들 어떻게 하나. 나중에 억지로라도 하려면 했겠지만 그걸 공심위가 받아 줬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인자 이재오
(한나라당에 안착한 그는 원내대표·사무총장을 거치며 실세의 반열에 오른다. 하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는 권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점점 비토 세력이 늘어난다. 특유의 저돌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그의 한계였을지도 모른다.)
▶이재오의 변절 혹은 전향에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위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지요.
뭐랄까. 정치는 프레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분단국이고 보수가 가장 현실적인 가치죠. 그럼 보수에 몸담아야 하는데, 보수는 독재·부패·비리·부정의 뿌리가 깊단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힘을 가지고 바꾸려면 보수를 택해야 하고, 다만 나중에 그 보수의 틀 내용을 바꾸면 되는 거죠. 리노베이션 같은 거 말입니다.
▶(신한국당의 야당 시절, 그는 재야 출신에 대한 의구심을 돌파한다. 하지만 그가 보수 주류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는다. 그즈음 이명박 의원과 가까워진다.) 그때 MB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죠?
놀라울 정도로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앞으로는 이념이 아닌 실용으로 가야 하고, 군사독재 시절에 대한 치열한 반성 위에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MB가 대운하 얘기를 꺼냈어요. 그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바로 이거다’ 했죠. 그 자리에서 ‘형님이 대통령 하시오. 그래서 세상을 바꾸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하는 표정과 눈빛엔 격정이 스쳤다.) 대운하가 그렇게까지 마음을 흔든 이유가 뭡니까. 그리고 이참에 정치인 이재오가 대체 무엇을 지향하는지, 그 막연히 바꾼다는 내용이 뭔지도 좀 얘기해 주세요.
나는 정치로써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북의 위협이 사라지고, 평화로운 통일이 되고, 그것을 기반으로 동북아로 진출하고 우리나라가 강성해지는 꿈을 꿉니다. 그래야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오는 겁니다. 운하가 4대 강에서 임진강·대동강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다시 철길로 신의주·블라디보스토크·동부 시베리아·유럽으로 연결되는 대륙의 꿈 말입니다. 물길을 통한 통일이죠. 이제 번영의 길을 찾아야 해요. 운하는 그 출발점입니다.
▶(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MB가 최적이라고 믿었고 자신보다 MB가 더 훌륭한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고 했다.) 그런데 비토하는 사람들에겐 이재오는 스스로 한 일은 하나도 없고 MB에게 줄만 서서 권력만 탐한다는 시각이 있는데요?
‘내가 MB를 지지할 때 MB가 대통령이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어요? 나는 MB를 통해 틀을 바꾸는 데 성공했어요. 이제 내용을 바꿔야 할 차례입니다. 누가 호가호위를 했습니까? 나는 시대정신에 충실했을 뿐입니다(그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하지만 지금 꿈은 간 데 없어요. 이제는 내가 나서서 ‘내용을 바꿀 차례다’고 나서면 MB의 꿈도 이재오의 꿈도 모두 사라집니다. 꿈은 사라지고 권력만 남았습니다. 권력만….
▶(그가 말하는 ‘내용’이란 과거의 잘못을 과감히 반성하고 정경 유착, 독재의 유산과 과감히 단절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영남에 안주하지 말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 점은 이해가 갑니다만, 그래도 ‘정치인 이재오는 트러블 메이커다, 독선적이다’는 평이 꽤 있는데요?
원칙을 고수하니 나를 두고 트러블 메이커라고들 하는데 그럼 정치인이 원칙을 포기하고 굴절해야 합니까? 장사는 이문이 남지 않으면 못 하지만 정치는 이문이 안 남아도 말해야 합니다. 이문을 따지면 정치를 포기해야 합니다. 나는 정치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청산해야 할 대상에 이상득 의장과 박 전 대표가 들어 있는 것입니까?
다 소문이 만들어 낸 이야깁니다. 다들 큰 역할이 있는 분들입니다. (두 사람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말을 아꼈다.)
▶‘이문이 안 남아도 할 말은 하는 게 정치’라는 말은 이문을 생각하신 답변이 아닌가요? 박 전 대표에게는 독재자의 딸이라고까지 했는데….
그 부분은 오해가 있어요.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박 전 대통령은 쿠데타의 원죄가 있지만, 유신 이전에는 산업화의 공이 있다. 전자의 관점에서는 공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후자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들은 독재자로 여길 거고, 그 점에서 보면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다. 이 말을 거두절미한 거지요.
▶정치인 박 전 대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뉘앙스로는 장점을 인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지금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당 대표에 경선 후보였던 분을 평한다는 게요. …… 다만 개인적으로는…. (긴 침묵 끝에 그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지만, 오프 더 레코드라는 전제를 걸었다).
▶좋습니다, 그럼 이상득 의원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재오 의원이 수도권 출신 대표론을 제기하면서 충돌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해예요.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같이 뛴 분 아닙니까? 관계가 나쁠 리가 없어요. 아, 그리고 진짜 소문대로라면 세상에 대통령의 친형을 상대로 권력 투쟁하는 등신이 어디 있겠어요.
▶말이 나온 김에 솔직히 하나 여쭤보죠. 예부터 가신은 살아남아도 공신은 살아남지 못했는데… 혹시 ‘팽’당한 건 아닌가요? 이 시점에서 대통령에 대한 유감은 없습니까?
나는 MB 정부가 실패하면 정치를 그만둘 겁니다. 확실하게 말하지만 MB 정부가 실패한다면 정계 은퇴합니다. 지금 내가 떠나지만 떠나라고 한 사람이 대통령이 아니잖아요. 내가 떠나야 MB 정부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떠납니다.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지, 권력 투쟁할 때가 아닙니다.
▶(그는 보기보다 대단히 논리적이고 치밀한 사람이었다. 인터뷰 내내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자신의 논지를 거침없이 전개했다. 다만 그것이 정치인의 것이라는 점만 빼면 그는 상당히 지적이고 감수성 강한 사람이었다.) 이번 총선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난 이유도 그런 맥락의 연장선상인가요?소문에는 이재오 의원의 영향력이 컸다던데요?
내가 정말 피를 토하고 싶은 게 그겁니다. 그게 맘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요? 엄연히 공심위가 존재하는데. 거기다가 이재오가 공천을 주란다고 공천을 줍니까? 박희태 의원까지 떨어지는 판에 김무성이를 이재오가 잘랐다? 그러니 답답하지요. 아니 내가 저능아도 아니고 오히려 내가 그랬으면 김무성 의원을 공천 줘야지, 그래야 냄새가 안 나지. 내가 아이큐가 50도 아니고, 그랬겠어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추천 명단이 오간 건 사실이라는데요?
아, 그거야 누구도 하는 일이고 정당 관행상 박 전 대표도 강 대표도 이런 사람 좀 잘 살펴봐 달라고 명단이야 줬죠. 그런 면으로 보면 나도 MB를 위해 일할 좋은 사람들을 추천한 거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 봐야 정작 공천을 주는 건 공심위원들 아닙니까?
(이 부분은 극히 내밀한 정당의 이야기다. 실제 내용이 어땠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세상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그 바람에 그는 이방호 전 총장과 함께 당내에서 공적이 되다시피 했다.)
그가 꾸는 꿈 …
그와 인터뷰는 소백산을 오고 가는 차 안과 그의 집에서까지 14시간 동안 이어졌다. 그의 산행 실력은 권혁재 기자가 ‘저 사람 축지법 쓴다. 산신령이다’ 할 만큼 대단했다. 그가 20년 넘게 살아온 집은 23평짜리 단독주택이다. 거실 곳곳이 조금씩 주저앉아 바닥이 평탄하지 않았다. 욕실과 세탁실을 겸한 화장실은 샤워를 하기에도 넉넉지 않았다. 지난 총선에서 돈을 벌어 평창동으로 이사 갔다는 말은 확실하게 루머였다.
▶(다시 그에 대한 부정적 시각들에 대해 물었다. 오해이건 편견이건 사실이건 한번은 그의 입으로 직접 들어야 할 이야기였다.) 총선 패배를 어떻게 보십니까? 억울하십니까?
지역민의 심판, 아니 우리 지역구는 국민의 심판입니다. 선거에 졌고 패장입니다. 유구무언이고 모두 내 잘못입니다.
(싸워서 얻지 않으면 얻은 것이 아니라는 지론을 가진 그의 답변으로서는 다소 김이 빠지는 답이었다.) 그래서 지리산으로 들어가신 건가요?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말은 정치를 계속한다는 뜻이고요?
패장은 말이 없고 장수는 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말이었죠. 모든 업을 안고 정계를 떠나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했지요. 하지만 내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정치밖에 없다는 생각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전장으로 돌아왔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에는 MB를 뒷받침할 지도력을 가지고 치고 나갈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나서면 안 된다고 해요. 권력욕이라고들 하죠. 하지만 그래서 안 나서면 이번에는 대리인을 내세운다고 비난을 합니다.
▶기약 없이 떠나며 걱정은 안 되나요?
▶문경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1만 명이나 모였는데, 집에 정치인들을 초대해 밥을 대접하는 일들은 구태 아닙니까?
인중승천(人衆勝天)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사람이 많으면 하늘도 이긴다는 뜻이지요. 정치는 세력입니다. 세력은 사람이고요. 나는 MB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가능하면 많은 사람을 모았습니다. 그 사람들이 대통령 당선 뒤풀이를 한 겁니다. 내 출판기념회를 핑계로 애쓴 사람들이 모두 모여 마당을 연 거죠. 스스로들 모인 겁니다. 내가 세를 과시하려고 모은 게 아니에요.
(소백산 등산에도 관광버스 8대가 왔다. 모두 지역구민이었다. 예전에는 30대씩 움직였단다. 물론 산악회는 자발적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그 자리에 인근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그리고 당협위원장들이 찾아왔다. 그가 원했건 스스로 찾아왔건 정치는 세력이라는 그의 말이 다시 떠올랐다.)
▶그럼 시대정신을 위해 본인이 꿈을 꾸지 왜 MB를 선택했습니까?
하하…. 꿈도 체급이 맞아야지요. 나는 포부만 있지, 체급이 플라이급이라면 대통령은 헤비급이었어요. 당연히 MB를 지지하고 그를 통해 이뤄야지요.
▶이제는 체급이 많이 올랐으니 꿈을 꾸시겠습니까? 솔직히 대답해 주시죠. 정치인이 야망이 없으면 그게 정치인입니까? 이 의원은 대통령이 꿈입니까?
……장내·장외에서 무려 40년간 정치를 해온 사람이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정치 지도자라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이 내 대답입니다.
긴 고민 끝에 그가 내놓은 대답이다. 차라리 그가 솔직하다고 생각했다. 정치 하는 사람에게 야망이 없다면 그건 위선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말하면 꿈이 되고, 그가 말하면 권력욕이 된다. 그의 처지가 그렇다. 그가 돌아오는 시점에는 그것을 꿈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밤 10시에 그의 집을 나오며 인사를 나눴다. 오프를 전제로 그가 박 전 대표를 평한 말이 귓전을 맴돌았다. 그는 과연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박경철 donodonsu@naver.com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박경철은
그의 관심은 사람과 시민사회다.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라면 뭐든지 가리지 않는 이유다. 마흔넷이다. 쉰이 넘으면 ‘시민(市民)’이란 호를 쓰겠단다. 해온 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많은 그가 하지 않는 다섯 가지가 있다. 술·담배·도박·여자·골프다. 주중에는 바람처럼 다니고 주말에는 안동에서 진료한다.
종횡무진 시골의사 박경철의 직격 인터뷰 격주 연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