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나도 우생순 봤다 … 오영란 파이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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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右>이 28일 중국의 실리콘 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 내 ‘한·중 이동통신 서비스개발센터’를 방문했다. 이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이 공동 개발한 화상전화로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핸드볼 국가대표 오영란 선수와 통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대통령, 장샤오창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쩐차이치 다탕그룹 총재. [사진=김경빈 기자]

“오영란 선수, 반가워요. 나는 지금 베이징에 있어요. 강일구(남편) 선수도 잘 있나요? 나도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봤는데 참 감동적이었어요. 올림픽이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 열심히 해서 핸드볼의 전통을 살려 주길 바랍니다.”

중국을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오전 한국 태릉선수촌의 여자 핸드볼팀 선수단에게 격려 전화를 걸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 내의 ‘한·중 이동통신서비스 개발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여기서 핸드볼팀 주장인 오영란 선수와 약 2분간 영상통화를 했다. 오 선수는 여자 핸드볼을 소재로 만든 영화 ‘우생순’의 실제 모델 중 한 명이다. 이 대통령은 통화를 끝내며 “파이팅”을 외쳤고, 오 선수를 비롯한 핸드볼 선수들도 “파이팅”으로 답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올림픽 대표팀 격려가 아니었다. 한국과 중국의 정보기술(IT) 협력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이벤트였다. 이번 영상 통화는 우리가 가장 먼저 상용화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시분할연동코드분할다중접속 (TD-SCDMA)을 활용한 것이었다. 이종(異種) 망 사이에 이뤄진 세계 최초의 국제 영상통화라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한·중 이통센터 방문은 지난해 4월 방한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경기도 분당의 SK텔레콤 ‘TD-SCDMA 테스트베드 센터’에서 중국으로 영상통화를 시연한 데 대한 화답 형태로 이뤄졌다. 그만큼 양국 간에 이동통신 분야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국내 통신업체가 가장 정성을 쏟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의 1위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가입자는 3억7000만 명에 이른다. 이 대통령은 영상통화 시연에 성공한 뒤 “두 나라가 협력한다면 향후 이동통신 표준화에 있어 세계 중심으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 둘째 날은 ‘경제’와 ‘산업’이라는 키워드에 집중됐다.

오전 7시30분(현지시간) 수행 경제인들과의 조찬 간담회를 시작으로 베이징 생명과학연구소 방문, 한·중 이통센터 시찰, 한·중 경제인 초청 오찬 연설회, 현지 진출기업 대표와의 간담회 등이 이어졌다.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에 돌입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낮 한·중 주요 기업인 300여 명과 가진 오찬 연설회에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을 설명하며 중국 기업들의 한국 투자를 부탁했다. 중국 기업인들은 “오늘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의미를 뒀다. 수행 경제인 조찬 간담회와 현지 진출기업 대표와의 간담회에선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원자바오 총리와의 저녁 면담도 대부분 경제가 화제였다고 한다. 원 총리는 종이에 깨알같이 메모를 해 가며 이 대통령과의 경제 토론에 임했다.

면담 후 이어진 만찬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식사는 주로 중식과 양식이 배합된 ‘퓨전’이었으며, 스테이크와 불도장에 김치와 깍두기까지 식탁에 등장했다.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는 베이징 시내 교육시설 세 곳을 잇따라 찾아 학생들을 격려하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국제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선 즉석에서 동화 ‘빵집 아이’를 아이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글=이나리·이상복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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