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업비 앞당겨 집행…올해 빚 한도 다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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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업비를 일찍 풀면서 올해 8조원인 국고 단기차입 규모를 이미 다 소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세금이 잘 들어오지 않는 연초에 사업비를 앞당겨 지급하려다 보니 급한 대로 한도까지 빚을 낸 것이다.

만약 올 2분기 이후 세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으면 재정운용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지난 23일 한국은행으로부터 1조원을 빌림으로써 지난해 국회가 승인한 올해 단기 차입금(한은 차입금+재정증권발행) 한도인 8조원을 모두 썼다.

국회에서 승인받은 단기차입금 규모가 연간 5조원이었던 지난해는 1분기에 모두 2조5000억원만 썼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말까지 42조7000억원의 사업비를 풀어 지난해 1분기(39조4000억원)보다 3조3000억원 더 집행했다.

재경부 조세정책과 주영섭 과장은 "3월 말~4월 초에 법인세, 5월 말에는 종합소득세가 대거 들어올 예정인 데다 현재 세금 걷히는 추세로 볼 때 재정운영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는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1%로 낮아져 올해 법인세.소득세 등의 세수여건이 악화된 데다 고용창출을 위한 각종 세제혜택으로 올해와 내년에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빚 한도를 연초 한꺼번에 다 소진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수가 여의치 않으면 하반기에 추가 차입을 위한 추경을 편성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재정운용에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종윤.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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