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 안대희, 박시환 - 김황식 ‘물과 기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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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합의체가 열리면 서열이나 나이와 상관 없이 똑같이 한 표를 던진다. 토론 과정이 자유롭고 배석자도 없다. 다만 서열이 낮은 대법관부터 차례로 자기 의견을 내고, 마지막에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힌다.

가장 많은 사건에서 반대 쪽에 선 대법관은 누구일까. 1대 1 일치도를 따진 결과 가장 의견이 엇갈린 사람은 김영란-안대희 대법관이었다. 두 사람은 판결 30건 가운데 16건에서 충돌했다. 나머지 14건 가운데 12건이 ‘전원일치’였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향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김 대법관은 여성 대법관 1호로 소수자 보호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안 대법관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해 ‘국민 검사’란 별명을 얻은 대검 중수부장 출신이다.

안 대법관은 반대 의견 4건, 별개 의견 5건으로 가장 많은 소수 의견을 냈다. ‘스윙 보트’로 분류된 이홍훈 대법관과도 14건에서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황식-박시환 대법관도 15건에서만 의견이 일치해 대립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김 대법관과 박 대법관은 같은 판사 출신이지만 각각 엘리트 코스, 개혁 세력의 다른 길을 걸어왔다. 김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 출신이고, 박 대법관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김종훈 대법원장 비서실장 등과 함께 개혁 성향의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활동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가장 적이 없는 사람은 이용훈 대법원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모든 판결에서 다수 의견에 선 것은 대법관들에 대한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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