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소환 10일째 기업 중간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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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검찰의 재벌 총수 소환조사가 13일로 열흘째를 맞는다.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관심의 초점이 될 비자금 사건은 이번주가 최대 고비로 점쳐지고 있다.
12일 출두한 대우.롯데.미원그룹 회장까지 포함해 지난 4일이후 지금까지 29명이 소환된 상태.
주요 그룹들은 소환된 총수중 누가 처벌받을지 초조해하며 지켜보는 가운데 재계는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매듭을 원하고 있다.중간점검을 해본다.
…2차소환대상도 초미의 관심.검찰이 『뇌물 제공을 이미 일부확인했다』고 선언한데다 형사처벌대상 그룹은 한번 더 부를 예정이기 때문.
재계에선 처벌대상이 4~5명에서부터 10여명까지 이를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데 『결과야 어찌됐든 빨리 마무리됐으면좋겠다』는 분위기.
30대그룹 밖의 일부 중견기업들은 혹시 우리도 추가 소환되지않을까 걱정.이 때문에 『왜 우리가 먼저냐』『나는 왜 안부르지』에서『우린 빠져야할텐데』로 분위기가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30대그룹중 아직 소환받지 않은 곳이 있는가 하면 30대그룹이 아닌데도 불려간 그룹도 있어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
13일에는 대한전선.동양그룹.동국제강도 소환될 예정이어서 30대그룹중 우성.벽산.삼미등 3개그룹만이 소환을 면한 상태.이들도 앞으로 불려갈 가능성은 있으나 후(後)순위라는 점이 상대적으로 깨끗함을 반증한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반 면 태평양.
삼양사.대농.삼부토건.동방유량등은 30대밖인데도 소환됐다.이중김상하(金相廈)삼양사회장은 대한상의회장,박용학(朴龍學)대농명예회장은 전 무역협회회장이었다는 점에서 「그룹 대표」보다는 「경제단체장」으로서 성금 모금여부등을 조 사하기 위해 소환됐을 것으로 관측.
…검찰 체류시간이 그룹에 따라 10배이상 차이나는 것도 눈길. 동방유량 신명수(申明秀)회장이 약 50시간으로 최장 기록을세웠고 김준기(金俊起)동부회장 31시간,박건배(朴健培)해태회장23시간 순(順).
반면 정주영(鄭周永)현대 명예회장과 김석원(金錫元)쌍용 전회장은 각각 3시간45분만에 나와 최단시간을 기록.
또 구자경(具滋暻)LG명예회장.조석래(趙錫來)효성회장.박용학대농명예회장.김용산(金用山)극동건설회장등도 조사시간이 한자리수를 기록.29명의 평균 조사시간은 약 15시간.
조사시간과 혐의의 상관관계에 대해선 『혐의가 없어서』『순순히시인했기 때문』등 설이 엇갈린 상태.
…총수가 조사받을때는 해당그룹 임직원이 100명 이상씩 비상대기하는등 회장 개인이 아닌 그룹 전체가 조사받는 것 같은 장면이 연출되기도.이는 검찰의 불시 자료요구에 대응키 위한 것이나 일부 임원들은 『회장이 조사받는데 우리만 편 할 수 있느냐』며 덩달아 밤샘하기도.
일부 총수는 검찰 출두때 고문변호사를 대동했으며,이번 사건으로 정보.법률분야등이 그룹 경영에서 각광받게될 것이라는 분석도나오고 있다.
…총수들은 조사후 거의 다 『쉬고 싶다』며 자택으로 직행했으나 조석래회장,김석원전회장등은 업무차 곧바로 해외출국했다.전경련은 『할 일은 해야되지 않겠느냐』며 14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 주석을 초청한 경제4단체 주최 오찬과 17 일의 국가경쟁력강화 민간위원회도 예정대로 열기로 했으나 일손이 잘 안잡히는 분위기다.
…일요일인 12일에도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신격호(辛格浩)롯데그룹회장,임창욱(林昌郁)미원그룹회장등 재벌총수들이 검찰에 출두.특히 대우 金회장과 롯데 辛회장은 이날 각각 오스트리아와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검찰로 직행.
대우그룹 관계자들은 『회장의 출두로 그동안 나돌던 의혹들이 모두 밝혀지지 않겠느냐』며 『金회장은 조사가 끝나는대로 FSO사 최종인수 계약사인을 위해 다시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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