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도 거액 비자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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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 김정일(金正日)과 노태우(盧泰愚)씨는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둘다 스위스은행이 아끼는 몇안되는 「한국인」 고객일공산이 크다는 것이다.김정일이 보유한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밝혀진 바 없다.그저 막연하게나마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북한 강성산(姜成山)총리 사위로 지난해 5월 귀순한 강명도(康明道)씨는 자신이 펴낸 책에서 『김정일이 자신의망명에 대비,20억달러 이상을 스위스 은행에 예치해놨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정일의 비자금을 조달하는 핵심기관은 노동당 39호실이다.지난 74년 만들어진 이 기관은 북한의 거대한 「독점 재벌」이다.북한의 모든 금광.은광.아연광과 제련소 등을 독점하고 있다.
또 수산물과 양송이등 오직 39호실을 통해서만 수 출이 가능하다.만일 다른 상사나 기관이 이들 품목에 손을 대면 당장 반동으로 몰린다.김정일이 이같은 정책을 지표(국가 방침)로 지정해놨기 때문이다.북한의 몇안되는 수출품인 금괴와 양송이등을 판매한 수익금은 고스란히 김정일의 호주머 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김정일 비자금의 또다른 출처는 「충성의 외화」다.충성의 외화란 북한의 각급 외화벌이 기업소나 외교관들이 충성의 표시로 상납하는 달러나 엔화를 일컫는 말이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은 주로 그의 통치기반 강화를 위한 당근으로 쓰여진다.김정일은 비자금으로 구입한 외제 오메가.롤렉스등소위 「명함시계」를 당간부에게 돌리는 것은 물론 원로 간부들에게 꼬박꼬박 생일상도 차려준다.최근 귀순해온 최 주활 상좌는 『김정일이 군부를 달래기 위해 군 고위 장령들에게 대동강변에 호화 별장을 지어주는 한편 벤츠 승용차를 선물로 주고 있다』고증언한 바 있다.관측통들은 임상준 노동당 39호실 제1부부장과이철 스위스 대사를 김정일의 비자 금 관리 책임자로 보고 있다.중앙당 재정경리부 출신으로 대외 경제통인 임상준은 39호실 산하에 대성무역을 거느리면서 스위스.홍콩.마카오.싱가포르에 은닉된 비자금 현황을 낱낱이 꿰뚫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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