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길이있다] 감기 뒤 천식엔 생강, 말린 귤껍질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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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 천식은 좀 더 광범위한 의미를 지닌다. ‘헐떡거린다’는 뜻의 천(喘)에서 보듯 들숨과 날숨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호흡기 증상을 통틀어 천식이라 일컫는다.

동의보감에선 천식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증상과 원인, 그리고 폐장이 주관하는 들숨, 신장과 관련 있는 날숨의 차이를 구분해 치료법이 달라진다.

첫째는 풍한천(風寒喘)이다. 감기에 걸렸다 하면 기침이 오래간다. 발열이나 몸살은 사라졌는데 기침과 가래는 남아 있다. 5세 이하 어린이는 가르랑 소리를 내는 호흡을 한다. 이 경우 외부의 나쁜 기운, 즉 풍한을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생강과 말린 귤껍질(진피)은 한사를 몰아낸다.

둘째는 기천(氣喘)이다. 스트레스나 화·근심 등 마음의 병이 천식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가슴이 답답하고 목에 가래가 걸린 듯 이물감과 함께 숨이 차다고 호소한다. 가래는 없으며 기운이나 입맛이 떨어진다. 기가 울체돼 폐·심장에 생긴 열로 숨이 차다. 말린 귤껍질은 기운을 소통시키고, 후박은 상승된 기운이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에 쓴다.

셋째는 화천(火喘)이다. 운동을 하면 숨이 차고, 휴식을 취하면 가라앉는다. 또 식후에 증상이 줄었다가, 식후 30분 정도 경과하면 나타난다. 가슴이 답답하고 폐가 터질 것 같은 증상이 특징. 운동에 의한 과호흡, 이에 따른 기도의 열 또는 수분 손실이 발병에 관여한다. 이 경우에도 심장과 폐에 열이 있으므로 내려줘야 한다. 맥문동은 폐에 음혈을 보태 건조하면서 열(熱)한 폐를 촉촉이 적셔준다.

넷째는 구천(久喘)이다. 오래된 천식이란 뜻으로 치료 반응 또한 늦다. 몸이 허약하고, 기운이 없으며 잔병치레가 많다. 폐기능이 떨어져 숨이 찬듯 안 찬 듯, 그리고 숨을 연속으로 쉬기 힘들다. 찬바람을 쏘이면 증상이 심해지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나고 답답하다. 기관지와 폐를 꾸준히 보강해 면역기능을 높여줘야 한다. 허약하면서 숨이 찬 사람에겐 인삼을, 오래된 기침에는 오미자를 차로 우려내 복용한다.

마지막으로 음허천(陰虛喘)이 있다. 꽃가루나 동물의 털 등 항원에 노출됐을 때 나타난다. 선천적으로 허약하거나 큰 병을 앓은 뒤 보양을 못했을 때, 장시간 서 있는 사람 등 신(腎)기능 저하가 원인이다. 이런 허열증엔 몸을 보하는 처방이 주효하다. 부류·음곡은 몸의 음혈을 보태주고, 신장 기능을 높인다. 또 숙지황과 당귀는 음혈이 소모된 경우에 쓰인다.

천식의 종류에 따라 침을 놓는 혈자리도 다르다. 예컨대 풍한천엔 경거(풍사를 제거), 기천엔 액문이나 임읍(막힌 기운 소통), 화천엔 어제나 소부(폐의 열을 내려줌), 구천엔 통곡(몸을 따뜻하게 함)이 주요 혈자리다.

김광호 원장 호호일침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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