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험대에 오른 새 정권의 법 집행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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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찰이 어제 ‘촛불 문화제’ 이후 불법집회에 가담한 시민들을 강제 해산하고, 과격 행위자 37명을 연행했다. 검찰은 곧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이 새 정부 들어 공권력이 행사된 첫 대규모 불법시위라는 점에서 검찰의 대응에 주목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 이후 줄곧 법과 원칙의 준수를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그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검찰은 법에 따라 불법행위자를 엄정 조치해야 한다. 민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번 일을 경찰의 불법 폭력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할 태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시위대의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명백한 증거들이 많다. 정치구호 제창과 돌발적인 집단 이탈 행위는 문화제의 성격에서 벗어난다. 시위대는 ‘이명박 탄핵’ 등 정치구호를 외치며 청계천을 벗어나 청와대로 몰려갔다. 또 도로를 점거해 밤새 세종로 일대 교통을 마비시켰다. 게다가 경찰 7명이 시위자들을 연행하다 다쳤다.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위반에 폭력 혐의까지 적용된다.

촛불문화제에서의 건전한 토론과 문화행사는 보호되어야 한다. 하지만 문화제가 특정 목적을 위한 정치집회로 변질되는 것까지 용인될 수는 없다.

가뜩이나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놓고 민심이 흉흉하다. 인터넷에는 ‘일부 좌파 세력이 쇠고기 문제를 대정권 투쟁에 이용하고 있다’는 괴담까지 난무하는 상황이다. 사법당국은 불법행위자 처벌과 아울러 이번 사태에 불온 세력이 개입했는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또한 앞으로도 법과 원칙에 의거해 불법시위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 감정에 편승한 과잉진압은 철저히 자제해야 하지만 법에 허용된 대응수단은 아낌없이 활용해 공권력의 권위를 세워야 한다. 그것이 절대다수의 선량한 국민을 보호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