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게] "오늘처럼 훈훈한 장터 본 적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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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재팬클럽 회원들이 일본 전통축제 의상인 '하피'를 입고 물건을 팔고 있다. [최승식 기자]

"쓰바라시이~(멋지네요)."

'아름다운 나눔장터'에 생활용품 200여점을 갖고 나타난 일본인 가이야마 요(神山 洋.58)는 입이 벌어졌다. 행사 시작 한시간 전인 오전 11시에 도착했는 데도 장터가 이미 발디딜 틈이 없는 시민 축제 마당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사는 일본인들의 친목단체인 서울재팬클럽(SJC)의 교양문화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주부 회원 오노 등 네명과 서둘러 좌판을 폈다. 옷가지.핸드백.문구류.접시.벨트 등 깨끗한 물건이 쏟아졌다. 그리고 모두 준비해온 붉은색 일본 전통 축제 의상 '하피'를 꺼내 입었다. 순간 장터를 찾은 시민들이 눈에 띄는 복장을 한 이들에게 몰려들었다.

"야스이, 야스이. 쌉니다."

가이야마가 일본.한국말을 섞어 손님을 부르고 오노가 제법 능숙한 한국말로 "1000원입니다"라고 하자 시민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이들은 덤으로 벨트를 한개 더 달라고 조르는 아주머니들에게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라며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가이야마는 "일본에서도 주말 벼룩시장을 가끔 다녀봤지만 오늘처럼 정감 넘치는 훈훈한 장터를 본 적은 거의 없다"고 즐거워했다.

이들이 나눔장터에 참가한 것은 우연이었다. 며칠 전 서울재팬클럽 회원 사사키(주한 일본인 학교 근무)가 일본으로 귀국하면서 "중앙일보에서 소개한 나눔장터에 꼭 참가하고 싶었는데 어렵게 됐다"며 집에서 쓰던 물건들을 기증했다. 클럽 측은 '아름다운 가게'에 참가 신청을 했고, 이들은 아이들이 입던 스키복과 옷가지 등을 보탰다. 이들이 가져온 물건은 인기가 좋아 세시간여 만에 동이 났다. 이들은 판매금액 상당액과 옷가지 20여점을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했다.

1960년대 결성된 서울재팬클럽은 현재 서울시내에 15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양영유 기자<yangy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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