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노년 다양한 해법 제시-실버북 잇따라 선보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최근들어 우리사회에서도 고령화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그 여파로 퇴직 후의 삶이 크게 길어짐에 따라 노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구조개편 등으로 한창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직장인들의 위기의식도 이런 관심을 높이는 한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출판계에서도 노년을 다룬 책들을 내놓기 시작했다.아쉬운 것은 주류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보다 먼저고령화 현상에 눈떴던 선진국의「선진경험」을 담은 책들을 번역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
먼저 사회적 「추락」으로 통하는 정년 이후의 삶을 슬기롭게 꾸리는 요령을 적은 책이 눈에 띈다.일본 NHK방송에 36년간몸담았던 스즈키 겐지가 쓴 『정년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노환상 옮김.금빛출판사 刊)와 일본 도쿄(東京 )도립대 교수인 다쿠마 다케도시의 『행복한 노후를 위한 좋은 습관』(서혜경옮김.동인刊)등.
『정년 어떻게…』의 요지는 한마디로 정년 훨씬 전부터 「멋진」 정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많은 직장인들이 빡빡한 생활에 쫓긴 나머지 정년후에는 취미생활에 모든 것을 쏟겠다고 다짐하지만 취미가 생계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때문에 저자는 평소에지적인 면을 충실히 닦아 정년이후 인생 최후의 도전을 시도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취미를 가지더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그 이유는 더불어 하는 취미를 즐길 경우 사회생활 은퇴 후에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예전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즐기려다 오히려 고독감을 느끼기 십상이라■ 것이다.
동인출판사가 실버북 시리즈 1권으로 펴낸 『행복한 노후를 위한 좋은 습관』은 정년기에 접어들 경우에 나타나는 정신적.육체적 변화를 나열하고 이를 극복하는 요령을 제시한 책.
어떤 일에 도전도 하기전에 포기부터 한다든가,대학생이 귀엽고어리게 보이고,계단을 세면서 오른다든가,친구의 죽음이 생소한 일이 아니게 되고,자신의 고생담을 이야기하고 싶어지며,젊은이의발언을 무시하거나 트집을 잡으려 드는 심리 등 이 변화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꼽히고 있다.
행복한 노인이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습관도 적지않다.무엇이든 새롭게 배운다는 자세나 활동능력 유지,인간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는 일도 중요하며,좋은 친구를 갖고,자녀들의 결혼생활에 간섭하지 않으며,자신의 건강상태를 일상의 화제 로 삼지 않고,돈에 집착하지 않으며,임종 모습을 자식들에게 꼭 보여주겠다는 각오 등도 챙겨야 할 일.
평균수명이 60세를 약간 웃돌던 70년대와 현재와는 노년의 개념부터 달라져야 한다.노년을 재해석한 책으로는 미국 저널리스트인 게일 슈의 『조용한 변화』(김영사 刊),시몬 드 보부아르의 『노년 1,2』(책세상刊)가 꼽힌다.
『조용한 변화』는 여성들의 「정년」으로 통하는 폐경기에 대한편견과 무지를 고발한 책.
슈는 이 책에서 『폐경에 대한 수치감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사회분위기와 프로이트 심리학이 만들어낸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것』이라고 지적한다.프로이트의 경우 폐경기의 우울에 대해 임신능력의 상실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은 호르 몬의 변화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슈는 『여성들의 폐경은 중년의 한가지 경험에 지나지 않는다』며 폐경기 이후에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벌이도록 권한다.
보부아르가 62세에 쓴 『노년 1,2』에는 노인에게 나타나는일상생활의 변화와 심리적인 변화,노쇠현상의 생물학적 정의,역사자료에 나타나는 노인의 지위와 역할변화 등이 깊이 있게 설명된다.이 책을 읽고나면 누구라도 우리 이웃의 노인 을 서글픈 변화를 겪고 있는 한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