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3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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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투신으로, 탄핵으로, 폭등하는 유가로 세상은 어수선해도 밀려오는 봄기운은 막을 수 없는가 보다. 생강나무.산수유가 노란 꽃망울을 터뜨리더니 볕드는 데 도도록해진 진달래 꽃눈도 눈에 든다. 이 달엔 겨우내 웅크렸던 시심이 봇물 터지듯 몰려들어 즐거운 마음으로 입상작을 올릴 수 있었다.

강현남씨의 '추억에서'(장원)는 유년의 추억을 간결하고 세련되게 형상한, 묘사와 진술이 조화로운 수작(秀作)이다. 함께 보내온 작품도 가족사를 아련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난한 아버지들도 주막에 모여 술기운에 호기를 부리며 주머니를 털어 생선이라도 한 마리 사들고 오시던 장날. 그 아버지를 향해 누렁개 뒤를 따라 반갑게 달려가는 아이가 보인다.

임채성씨의 '달빛 소나타'(차상)는 초승.보름.그믐이라는 달의 영휴(盈虧) 현상을 단단한 시적 짜임새로 포착해낸 기교가 돋보인다. 다른 시편에서도 오랜 수련의 시간이 엿보이는 미더운 솜씨이나, 전체적으로 좀더 신선한 비유와 적절한 시어의 선택이 필요하다.

김희창씨의 '3월은'(차하)은 '하늘도 어쩌지 못'해 '꽃샘바람' 끝에 오고야마는 앙증스러운 봄을 재미있고 신선하게 그려내고 있다. 함께 보내온 작품에서는 치기와 진지성 결여를 지적할 수 있다. 여러 편을 보내주신 강영민.한덕.김명희씨의 분발을 당부드린다.

<심사위원:박시교.홍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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