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시조 백일장 3월] 차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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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곡>
잎새 지운 마른 가지 하늬바람 현을 타고
귀담을 이 하나 없는, 고즈넉한 텅 빈 객석
달거리 어슬한 뒤란 조명 하나 밝혀 든다

<1악장-초승>
여위고 창백한 낯 노을 속에 거둔 세월
못다 한 이야기들 속으로만 묻어둔 채
해 붉은 산허리 돌아 절룩대며 가는 사랑

<2악장-보름>
이럴 수가…
오, 남몰래 무르익은 수밀도라니
암팡지게 살진 가슴 얼비치는 뽀얀 속살
터질 듯 하얀 그리움
피워 물고 있었다니

<3악장-그믐>
눈감아야 볼 수 있는 마음 하나 띄웁니다
그대 향한 밤의 길섶 차라리 소경이고자
올곧은 시대의 서정 별밭 다시 일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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