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 사람](116) 서울 동대문을 민주당 유덕열 후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요즘 택시를 타면 택시 기사들이 봇물처럼 생활고를 털어 놓습니다. 말 붙이기가 겁날 만큼 격앙되기 일쑤죠. 정치인 얘기는 꺼내지도 못해요. 평화개혁세력인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당을 깬 노무현 대통령 주도로 다시 합쳐야 됩니다. 국민들이 편안해 지도록 해 놓고 나서, 힘을 합쳐 경제를 살려야죠.”

서울 동대문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은 유덕열(50) 후보는 “택시를 타면 기사와 이런 저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요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며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데, 정치 하는 사람들이 싸움질로 나라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고 비판했다.

“지금의 진통은 3김 시대의 종언에 따르는 후유증입니다. 노 대통령으로선 이 참에 정치판을 한 번 갈아엎고 싶겠죠. 이번 총선에서 물갈이를 이루고 두 당이 다시 통합해야 합니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말살시켜선 안 됩니다. ”

유 후보는 ‘풀뿌리’ 출신이다. 서울시 의원을 거쳐 98년 동대문구청장을 지냈고, 그가 구청장으로 있는 동안 동대문구가 ‘시민단체가 뽑은 친절구청·청렴구청’으로 뽑혔다. 이 구는 당시 한국행정학회 평가에서도 전국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이런 평가에 대해 그는 재임 중 주민들의 믿음을 얻기 위한 시도로 자신이 일선 공무원들에게 친절과 청렴을 강조한 덕이라고 주장했다.

‘475세대’인 그는 동아대 정외과 재학 시절 유신독재에 맞서 구금과 수배를 당했고, 12년 만에 대학문을 나섰다. 졸업 후 자연스럽게 당시 민주화운동의 한 축이었던 민추협(민주화추진협의회)에 몸담았고, 정치권으로 옮겨 국회의원 보좌관과 당료 생활을 했다.

유 후보는 서울의 강남북간에 팬 골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명박 서울시장은 약속대로 강남북균형발전특별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대문구는 강남권에 비해 낙후돼 있습니다. 이런 격차가 생긴 건 과거 강북에서 거둔 세금을 강남 개발에 투입한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그런데 그 후 지자제가 도입되면서 강북 사람들의 이런 대강남 투자가 회수가 안 되고 있어요.”

▶ 유덕열 후보는 시급한 정치 개혁 과제로 지구당 운영에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과 정치 신인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는 장벽 낮추기를 꼽았다. 특히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정치 신인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선택 받을 수 있도록 17대 국회가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지미연 월간중앙 기자

유 후보는 민주당의 정통성을 배경으로 집권한 노무현 대통령이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계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지속은 재집권한 민주당의 대국민 약속이라는 것.

“민주당은 민족의 대립을 화해로 이끈 집단입니다. 이런 기조 위에서 국가보안법도 철폐하고 장차 국방비도 줄여 나가야 돼요. 국방비 절감으로 연간 50~60조의 국가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그렇게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20년 안에 민족의 통일도 이룰 수 있습니다.”

노 정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라는 자리와 행정부에 배어 있던 권위주의를 탈색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정에 대한 철학과 전략이 빈곤해 많은 혼선을 빚었고, 그 결과 정책의 일관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의회 다수파를 향한 정권 차원의 무리수는 위험수위에 있다고 비판했다.

“노 정부의 개혁 프로그램이 뭔지 국민들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열린우리당이 이번에 다수당이 돼 밀어붙이기식으로 개혁을 시도한다면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갈등을 최소화하려면 관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합니다. 측근 비리로 도덕성이 이미 땅에 떨어졌지만 도덕적 패권주의로는 반대파를 승복시킬 수 없어요.”

그는 3김 정치 퇴장 후 처음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욕구의 분출로 3김을 매개로 민의를 왜곡해 온 지역주의가 상당히 희석될 것이라는 것.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권 스스로 정치 개혁을 이루지 못해 송구스런 마음입니다. 그러나 ‘정치인은 다 똑같다’는 규정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정치인이 다 그렇지 않다’는 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정치인도 있다’는 거죠. 특히 아직 기회를 누리지 못한 정치 신인들 중엔. 일종의 부분 부정이랄까요? 이렇게 생각해 주시죠. 17대 국회에서 이 정치 혁명을 이룰 주역들을 이번에 공개 오디션하는 거라고…. ”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