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인터뷰, 감독이 미안하다 말해 …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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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가운데 놓고 환호하고 있다. 아쉽게도 출전하지 못한 박지성(왼쪽 뒷줄 둘째)도 폴 스콜스와 존 오셔 사이에서 크게 웃 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화려한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박지성(27)의 모습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는 양복 차림으로 비를 맞고 있다가 팀 트레이닝복을 걸쳐 입었다. 맨유 선수들이 응원단 쪽으로 달려갈 때도 그는 경기에 나가지 못한 다른 동료와 함께 어정쩡하게 뒤따라갈 뿐이었다. 교체멤버로라도 최고의 무대를 밟겠다던 소망이 물거품이 된 그는 이 순간만큼은 맨유의 ‘주변인’이었다.

박지성은 기자들이 믹스트존에서 30분 가까이 기다린 뒤에야 모습을 나타냈다. 우승 소감을 묻자 “기쁘죠”라고 짧게 답했지만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경기에 못 뛴다는 얘기를 언제 들었나.

“오늘 경기 전에 들었다. 감독이 발표 후 내게 출전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왜 엔트리에 못 올랐다고 생각하나.

“난 모른다. 그거야 감독님 마음이다.”

-부상을 당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나.

“그런 것 없었다. 컨디션은 괜찮았다.”

-서운한 건 없었나.

“내가 없어도 팀이 이겨서 충분히 만족한다. 못 뛴 것은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지 않겠나”

-우승 메달은 받았나.

“못 받았다.”(이날 메달은 경기에 뛴 선수만 받았고, 박지성도 나중에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 팬들이 많이 실망했는데.

“기대하신 것만큼 못해 죄송하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잘하고 싶다.”

박지성은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축하파티에 참석한 뒤 맨체스터로 돌아갔다가 24일 귀국해 25일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28일 대표팀에 합류해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요르단전을 준비한다.

모스크바=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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