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끌벅적댓글] 여자는 기뻐하고, 남자는 탄식하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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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10월 12일 밤 10시를 기억하십니까. 물론 십중팔구가 금방 떠오르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20~30대 여성들에게만큼은 이 순간이 각별합니다. 네티즌 ‘sexy911’은 “네 명의 전문직 여성이 하나같이 자신의 일을 즐기고, 구두 쇼핑하듯 남자를 고르는 장면을 보고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몇 번을 반복해서 본 후 나도 그들처럼 일과 사랑을 성취하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이게 됐다”고 합니다. 네, 8년 전부터 국내에 방영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얘기입니다. 영화로 제작돼 6월 5일 개봉한다는 소식에 여성 네티즌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The fabulous movie(굉장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동안 계속 TV 앞에서 날 떠나지 못하게 했던 멋진 드라마. 대리만족을 넘어 스스로 그들의 삶을 따라 하게 하고, 좀 더 나를 사랑하게 만들어 준 드라마. 빨리 6월이 됐으면 좋겠습니다!”(아이디 Kim), “친한 친구들끼리 만나면 항상 넌 사만다, 난 샬롯 하면서 배역을 담당하고는 했는데, 6월엔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들의 우정과 사랑, 일에 대해서 밤새워 수다떨어 봐야겠어요.”(김문영), “여자친구들끼리 보러 가려고 계속 기다렸답니다. 캐리가 결혼을 하는지 마는지 스토리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캐리가 이번엔 어떤 스타일을 보여줄지 기대돼요!”(겸둥현정)

이 영화를 함께 보러 가자고 할까 봐 벌써부터 고민인 남성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재미있습니다. “여친이 드라마로 볼 때도 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영화로 나온다니 ㅠㅠ 또 같이 보러 가야겠네…순진한 내 여친, 여기 나오는 여자들처럼 될까 봐 걱정돼~.”(테디푸우), “전 세계 여자를 구두에 미치게 한 드라마…영화로까지! 남자인 내가 봐도 재미있긴 하다만…쯥, 왠지 씁쓸해.”(carryout) 게다가 남성지 ‘맥심’에서는 이 영화의 주인공 세라 제시카 파커를 가장 섹시하지 않은 연예인 1위에 올리기도 했었죠. 올 6월, 극장 앞에서 많은 연인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벌써 눈에 보이는 듯합니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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