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물러난 '崔대표'만 집중 공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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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방송은 25일에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선출 사실에 침묵했다. 평양방송은 이날 낮 "한나라당은 민족 반역집단이자 역사의 오물"이라고 비난하면서 퇴장한 '최병렬 대표'만 네차례나 거명해 공격했다. 평양의 시계는 박근혜 체제 출범 직전에 멈춰선 느낌이다.
이를 두고 정부 당국자는 "북한 대남 파트는 박근혜 대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엄청난 혼돈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朴대표가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인물이란 점에서다.
金위원장은 당시 중국 베이징(北京)에 전용기를 보냈고, 국빈급이 묵는 백화원초대소를 내주었다. 또 朴대표가 건의한 통일축구대회 등 합의사항은 즉각 이행됐다. 이후 金위원장은 남북을 오간 인사들을 통해 '박근혜 선생'의 안부를 챙기고 있다. 이를 두고 두 사람 모두 냉전 시기 남북 체제대결 당사자의 2세라는 점에서 '각별한 교감'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아무튼 '장군님과 상봉한' 남한 인사를 예외없이 깍듯하게 대해온 북한당국이 박근혜 대표에게 비난의 화살을 날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탄핵 가결을 계기로 한창 탄력이 붙던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방송 횟수가 하루 한두건으로 확 줄어든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물론 朴대표가 한나라당을 벗어나 민간 차원인 유럽.코리아 재단 이사 자격으로 김정일을 만났다는 점에서 '한나라당 대표 박근혜'에 대해서는 달리 대할 가능성도 있다.
주목되는 점은 朴대표가 대표 취임을 전후해 김정일 위원장과의 재회 용의를 밝히고, 한나라당의 대북정책을 전향적으로 바꿀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이 대목에 촉각을 세우고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본 뒤 대응 수준을 결정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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