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복만 입으면 똑같이 껄렁껄렁해지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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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말쑥한 신사복 차림에 매너 좋다고 소문난 남성들이 예비군 동원훈련장에만 가면 똑같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흐트러지는 이유는 뭘까. ‘메디컬투데이’는 “제복을 입고 무리 속에 있다 보면 익명성을 보장 받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이화여대 심리학과 양윤 교수는 메디컬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제복은 동질성을 확보해 사람들 개개인의 특성이 사라지고 똑같은 옷을 입으면 다 똑같다는 일종의 익명성을 보장받게 된다”며 “이는 탈억제효를 초래해 그동안 자기를 통제해왔던 본능이 익명성을 보장받음으로써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관 신영철 교수는 “정상상태에서는 억제되던 본능이 무리에 속해 자신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생각하고 그동안 못해보던 행동과 억제됐던 본능이 표출될 수 있다”며 “통제력이 상실되고 그런 행동을 한 후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함께 나누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성 보장은 일탈 심리로 연결된다. 중ㆍ고등학생들이 졸업식 때 교복에 밀가루를 던지거나 교복을 찢는 행위와 같은 심리라는 것이다. 양윤 교수는 “사람들이 정장을 입을 경우와 캐주얼을 입을 경우에 다르게 행동하는 것처럼 옷이 사람들의 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복무 중에 입는 군복은 ‘복종’을 의미하지만, 예비군은 군인도 아니고 민간인도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교복처럼 강하게 구속으로 느끼던 것이 해방감을 느끼며 잠시나마 일탈을 만끽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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