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憲裁가 확인한 공무원 정치중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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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헌법재판소가 그제 초.중등 교사들의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을 금지한 정당법과 선거법 조항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나온 이번 결정은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입장 표명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탄핵 무효 시국선언이 논란을 빚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이 거리로 나서고, 찬.반 의견 표출도 꼬리를 무는 등 우리 사회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더구나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소속 공무원들이 탄핵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전공노와 전교조까지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나섰으니 국민은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헌재의 심판 대상에 오른 것은 물론 정당법 등에서 금지하고 있는 교사의 정치활동이다.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의 토대는 헌법에 명시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규정이라고 보아야 한다. 헌재가 결정문에서 "헌법은 공무원이 특정 정파 혹은 정당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입장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으며, 공무원의 정치적 신조에 따라 행정이 좌우되지 않도록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중립성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 엄벌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헌재 결정을 盧대통령 탄핵사건 심판과 연결지어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이 사건에선 교사들이 정당 발기인이나 당원이 되는 것을 금지한 정당법이 쟁점이었던데 비해 대통령의 경우 정당 가입이 보장된 정무직 공무원인 탓이다. 그렇다 해도 헌재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누차 강조함으로써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정치 개입에 대해 관련자들을 고발.징계키로 했다. 이번 일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려면 법이 살아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