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盧씨의 검찰行 가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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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은 금주초 검찰에 출두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검찰에 갈때 자신의 혐의에 대한 해명자료를 가지고 갈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세인의 관심은 이 해명자료에 쏠려있다.
盧씨가 무슨 내용을 어떻게 적느냐에 따라 비자금태풍이 1급이될지 아니면 3급이 될지 정해지기 때문이다.진술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5,000억원(그 이상이 될 수도 있지만)이 어떻게 조성됐느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어디에 얼마나 썼고 얼마나 남았느냐는 내용이다.
盧씨는 27일 대국민사과발표에서 이 대목을 포괄적으로 밝혔다.
검찰조사는 그것보다 훨씬 구체적일 것으로 여겨져 상당히 주목되고 있다.
盧씨측은 5,000억원에 대해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28일 저녁부터 진술서작성작업이 시작될 것』이라는 설명이 전부다. 이 작업은 법률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것이어서 盧씨의 측근중 법률가출신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민정수석을 지낸 서울고검장 출신의 김유후(金有厚).한영석(韓永錫)씨등이 거론되고 있다. 金씨는 28일 저녁 연희1동 盧씨집을 방문해 시선을 끌었다. 작업을 맡은 이는 검찰에 변호인선임계를 내고 盧씨의 법률적 보호를 위해 뛰게된다.
5,000억원에 대해 盧씨는 사과발표에서 『주로 기업인의 성금으로 조성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두가지 중요한 문제가 파생된다.
하나는 성금의 내역이다.어떤 기업이 언제 어떤 명목으로 얼마나 냈는지가 주목받고 있다.
혹시 이 과정에서 단순한 정치헌금이 아니라 특혜.이권을 대가로 돈을 갖다 바쳤는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주로 성금이라면 국책사업 리베이트.이권제공 대가도 어느 정도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이다.盧씨는 공군주력기종변경.원전(原電)등 각종 국책사업에서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盧씨측은 5,000억원에 대한 진술서에서 언제 누구로부터 얼마를 받았다는 명세를 밝힐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사과발표보다는 구체적으로 제공자분류 또는 제공시기별로 몇항목으로 나누어 이를 설명할 것같다.
검찰관계자도 『여러 정황해서는 의문을 갖고있다.
이와관련,연희동의 한측근은 『비자금은 장부에 기록으로 남길 사안이 아니지 않느냐』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다른 측근은 국민여론에 밀려 3,300억원을 썼다고 선뜻 밝히긴 했으나 수십가지 명목으로 광범위하게 뿌려진 개별 항목의액수와 날짜등을 일일이 기록하는게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나타냈다. 검찰관계자도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볼때 盧씨 본인만이 정확한 내용을 알텐데 대통령 재임시 장시간에 걸쳐 비자금을 거둬들인데다 워낙 거액이어서 수십억 단위의 「잔거래」는 메모조차 남기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즉 내용을 기 록하고 싶어도 과거 내용에 대해 기억하지 못하는등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盧씨가 진술서에서 기업의 이름을 명시할 경우 제공자에 대한 검찰조사가 불가피해진다.
비자금 화산의 용암은 정치권을 넘어 재계로 흘러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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