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수십억 조성 혐의 스포츠서울21 회장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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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검찰이 정홍희(53) 스포츠서울21 회장에 대해 횡령 및 조세 포탈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서울21은 일간지 ‘스포츠서울’을 발행하는 코스닥 등록 기업이다.

검찰 관계자는 20일 “정 회장에 대해 국세청이 최근 고발을 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에서 국세청이 고발한 횡령과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한 기초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국세청에서 압수한 회사 회계 자료 등을 넘겨받는 대로 본격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정 회장이 대주주인 제주도의 골프장 제피로스의 공사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최소한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동원해 3월 말부터 스포츠서울21·제피로스·로드랜드·덕일 등 정 회장이 대주주인 회사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조사는 다음달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은 제피로스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에 정화삼(62) 전 제피로스 대표이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창인 정씨는 이 골프장이 건설 중이던 2005년 3월 이사로 영입돼 그해 8월 대표이사가 됐고 최근까지 대표이사직을 맡아 왔다. 정씨는 2003년의 이른바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 청주 나이트클럽 향응 사건’에서 양 전 실장과 술자리에 동석했던 인물로 이듬해 노 전 대통령 측근 비리 특별검사 수사 때 조사를 받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제피로스 골프장 건설비 약 1000억원 가운데 10% 가까이가 비자금으로 빼돌려졌다는 제보를 입수해 조사가 착수됐다”며 “현재 비자금의 정확한 규모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스포츠서울21 경영권을 획득한 정 회장은 수도권에서 골프장과 노인요양시설 건립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27∼30일)을 수행하는 경제인 38명에 포함돼 있는 정 회장은 “뜬소문 때문에 세무조사가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추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상언·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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