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선출직 대의원 과반 초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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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0일(미국시간) 열릴 켄터키·오리건주 경선에서 선출직 대의원 가운데 과반수를 확보할 전망이다. 그가 지금까지 확보한 선출직 대의원은 1610.5명으로, 민주당의 전체 선출직 대의원(3253명)의 과반수(1627명)에 불과 16.5명 미달한 상태다.

이에 따라 총 103명의 선출직 대의원이 걸린 2개 주 경선에서 오바마는 과반수를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3일 아이오와주를 시작으로 5개월 반 동안 48개 주에서 사투를 벌인 끝에 드디어 확실한 우위에 도달하는 셈이다.

오바마 캠프는 이에 따라 19일 선거본부장 명의의 e-메일에서 “내일 경선이 끝나면 선출 대의원들의 분명한 다수가 ‘변화’(오바마의 선거구호)를 열망한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게 될 것”이라며 20일 경선으로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쟁은 끝났다는 주장을 폈다. 미 언론 일각에선 오바마 측이 20일 경선 직후 자신의 승리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진영은 “오바마의 ‘승리 선언’은 아직 경선을 하지 않은 5개 지역 유권자를 모독하는 짓”이라고 반박했다. 오바마가 20일 선출직 대의원의 과반수를 넘어도 대선 후보 지명을 받기 위한 ‘매직 넘버’(선출직과 수퍼대의원을 합친 과반수) 2025명에는 미치지 못하는 데다 자신이 승리한 플로리다와 미시간주의 대의원 366명(선출+수퍼)이 제외된 만큼 게임은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두 주는 당규를 어기고 경선을 조기 실시해 결과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힐러리 측은 푸에르토리코(6월 1일)와 몬태나·사우스다코타주(3일) 등 남은 경선이 완료되기 전엔 승부를 가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이 같은 공방과 관련, 정치 전문지인 폴리티코는 19일 “오바마 진영은 ‘성급하다’는 비판과 힐러리 지지층의 반발을 우려해 20일 경선 뒤 승리 선언을 하지 않되 ‘경선은 끝났고 승자는 오바마’란 메시지를 유포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오리건에서 지지율 45%로 힐러리(41%)를 앞서 있다. 반면 힐러리는 켄터키에서 지지율 51%로 오바마(25%)에 크게 앞선다. 그러나 확보한 선출직 대의원(1443명)이 오바마에 167.5명이나 뒤져 판세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수퍼대의원까지 합친 전체 대의원 수에선 오바마(1912명)와 힐러리(1721명)의 격차(191명)가 더욱 벌어진다. 게다가 19일에는 힐러리가 압승했던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는 등 갈수록 패색이 짙어지는 형국이다.

한편 세계 최대의 부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19일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매우 기쁠 것”이라며 “그는 나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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