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예방 한·핀란드 정상회담 의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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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문제를 한국-핀란드 정상회담에서 최우선으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마티 반하넨(52·사진) 핀란드 총리가 다음달 5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그의 첫 방한이다. 수도 헬싱키의 총리 집무실에서 19일(현지시간) 이뤄진 회견에서 그는 “5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내년 말 개최될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회의를 앞두고 두 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에 힘을 모으자는 제안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반하넨 총리는 2003년 6월 취임 뒤 적극적인 환경보호 정책을 펴왔다. 지난해 10월 자동차 배기량에 따라 세율을 최저 10%에서 최고 40%까지 차등 적용하도록 세제를 개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소비자들이 소형차, 친환경 자동차를 더 많이 사도록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며 “한국 자동차 업계도 이를 참조해 친환경 기술의 개발에 더욱 앞장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마침 그의 방한에 맞춰 다음달 초 핀란드 항공사 핀에어가 서울과 헬싱키 간 직항 서비스를 시작한다. 직항길이 열리면 현재 15~16시간 걸리는 양국간 여행 시간이 10시간 안팎으로 단축된다. 이에 따라 헬싱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유럽(러시아 제외) 도시가 된다. 핀란드 측은 이를 계기로 양국 간 인적· 물적 교류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반하넨 총리는 “이번 방한 길에 기업인 10여 명이 동행해 한국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라며 “두 나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2008년 현재 양국 간 수출입 규모는 16억 유로(약 2조6000억원).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 중국·일본에 이어 핀란드의 제3위 교역 상대국이다.

반하넨 총리는 “한국과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빈국이었다가 수십 년간 고속성장을 이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시장을 개방하고 정부가 올바른 정책을 이행할 경우 나라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인구가 530만에 불과한 핀란드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6000달러로 세계 10위권이다. 앞선 교육·복지 제도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반하넨 총리는 “특히 우수한 공교육 시스템은 핀란드의 최고 경쟁력”이라며 “젊은 층의 일부가 높은 세율에 불만을 표시하지만 그들 자신이 그 덕분에 수준 높은 무상 교육을 받은 수혜자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1991년 국회의원에 당선해 정계에 진출한 그는 일간지 ‘케하사노마트’의 편집국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관저 대신 헬싱키에서 35㎞ 떨어진 숲 속에서 살며, 산책·조정·스키와 역사책 읽기를 즐긴다. 한국 정치사에도 깊은 관심이 있다고 한다. 반하넨 총리는 방한 기간 중 비무장지대와 경주, 울산 현대조선소 등을 둘러보게 된다. 이어 일본으로 출국해 10일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헬싱키=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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