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살아있다>정말 예쁜 젊은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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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파란 하늘에 실구름이 한가로이 떠가고 유난히도 바람이 청량했던 지난 일요일,잠실 놀이마당에서는 요즘 날씨와 너무나 어울리는 짱짱한 놀이판이 하루종일 벌어졌다.
마당에서는 꽹과리와 북.징.장고를 멘 젊은이들이 신명나게 몸짓을 놀리면서 돌아가고 있었다.안그래도 한창 기운좋고 건강한 남녀 고등학생 수십명이 솜씨 좋게 쇠와 북을 두드리면서 마당을뛰어다니는데 그냥 제 흥에 겨워 돌아치는 것이 아니다.삼채.오방진.굿거리.어린 상쇠가 내는 가락도 제법 무궁하고,태극무늬를그리면서 절도있게 걷다가 문득 가새진.쌍방울진을 만들어내거나 장단이 몰아치면 힘차게 뛰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절로 신명이 났다.
이곳에서 「전국고등학교 풍물놀이 겨루기마당」이 열린지도 어언올해로 7년.이 땅에 우리의 소리와 놀이를 심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박하게 시작했던 것이다.
풍물은 전통사회의 생산수단이자 오락이다.민중은 풍물가락으로 노동의 고통을 달랬고,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표현했던 것이다.그러나 올해는 전국에서 간신히 아홉개 학교가 참가했다.많을 때는열다섯 학교까지 나왔지만 우리의 음악과 놀이를 가르치는 학교가너무 적은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농고가 하나둘 사라지면서 풍물을 전승하는 학교도 덩달아 줄어들고,일반 인문계 학교나 학부형들은 아이들이 쇠를 만지면 공부를 소홀히 한다고 질색한다.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행사를 벌이면 참가하는 학교가 늘어날 것이라고도 하지만 자생력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문화는 생명이 짧게마련이어서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신바람은 여전했다.어깨에 색동을 댄 붉은 동고리를 입고 바지는 야무지게 행전치고 짚신을 신은 젊은이가 꽹과리를 들고 머리의 상모를 한번 휘 돌리면서 놀이판에 썩 나선다.얼마나맵시있고 예쁜지 우리나라 남자들이 저렇게 인물이 훤했나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공동체의 신명이 살아있는 우리 놀이를 노는 이어른스런 젊은이들과 라이브무대마다 소리를 질러대는 어린애같은 오빠부대는 같은 세대다.그들이 주인이 돼 그들의 정서를 표현해낼 진정한 예술교육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7년째 이 풍물놀이 행사의 사회를 봐왔지만 해가 갈수록 더 짙게 느껴지는 소회(所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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