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CD까지 동원 지능적 돈세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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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비자금은 철저하게 돈세탁된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이 밝혀낸 노씨 비자금의 돈세탁 수법은▶신한은행 서소문지점 창구에서의 바꿔치기▶입금전 세탁▶서소문지점 직원들을 동원한타 은행에서의 세탁 등 크게 세가지다.
이중 수표바꿔치기는 예금주 「갑」이 자신의 계좌에 입금한 수표를 다른 예금주 「을」이 자신의 계좌에 당일 입금한 비슷한 액수의 수표로 바꿔 「갑」의 계좌에 넣는 방법.
검찰은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이 이태진(李泰珍)전경호실과장이 가져온 수표를 우일양행㈜등 4개 차명계좌에 입금 시키기전 100억원가량의 수표를 당일 입금된 다른 예금주의 수표와 바꿔치기한사실을 밝혀냈다.
이씨가 가져온 수표를 당일 제일투자금융 등에서 40여억원을 찾아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입금한 예금주 등 다른 예금주 계좌에 넣고 대신 노씨 비자금 계좌에는 이들이 가져온 충북은행 서울지점 발행 수표 40억원(10억원권 4장)과 조 흥은행 명동지점의 수표 2억원(1억원권 2장)을 입금했다.
사전 세탁한뒤 입금시키는 방법도 동원됐다.
이 전과장이 92년11월24일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입금시킨90억원이 그런 예다.검찰 조사 결과 이 돈은 당일 국민은행 종로5가지점과 신한은행 본점영업부.김포공항지점등 세곳이상을 돌며 신규 계좌 또는 빌린 남의 계좌에 입금됐다 다시 액면을 달리해 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전과장은 신한은행 영업부에서 무기명으로 유통돼 중간소유자의 추적이 힘든 양도성 예금증서 70억원어치(5,000만원권 140장)를 사들이는 수법까지 동원한 것으로 드러나 돈세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끝내 돈세탁을 못한 자금에 대해선 당시 이우근(李祐根)신한은행 서소문지점장이 차장에게 의뢰,이 전과장이 가져온 수표를 가까운 명동 사채시장에서 세탁한 경우도 있었다는 게 검찰 수사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검찰이 현재 이들 수표를 추적하고 있어 자세한 경위는 알 수없지만 사채업자들은 은행차장이 가져온 이씨의 수표를 명동일대 은행지점에 개설된 자신의 계좌에 넣는 대신 자기 계좌에서 같은금액을 액면을 달리한 수표로 찾아줬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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