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씨 비자금 파문-검은 돈 세탁 어떻게 이뤄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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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검은 돈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을 차단하기 위한 이른바 돈세탁(Money Laundering)은 어떻게 이뤄지는가.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돈세탁은 전주와 은행의 결탁에 의해 이뤄지는것이 특징이다.
검찰과 은행감독원의 자금추적 결과 나타난 대표적인 돈세탁 유형은 다음과 같다.
◇수표를 현금으로 위장=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법.검은 돈이 은행계좌에서 인출됐는데도 현금으로 빠져나간 것처럼 은행원이 전표를 허위로 기재한다.여러 은행지점에서 차례로 수표를 넣고 빼면서 현금으로 위장해 흔적을 지우는 것을 속칭 「 도레미탕」이라 부른다.
이 수법이면 어지간한 추적은 따돌릴 수 있다.지난해 수뢰사건으로 구속된 이봉학(李鳳學)전대전시장의 경우 1,2금융권 29개 지점을 거치며 38차례에 걸쳐 돈세탁 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표 바꿔치기=주로 거액을 세탁하는데 사용되는 수법.수표인출자를 가명으로 하던 실명제 이전의 고전적 수법과는 달리 세탁할 수표의 번호를 다른 계좌의 수표번호로 뒤바꿔 입출금전표에 기입하는 방식이다.
검은 자금인 A수표를 입.출금 하면서 전표에는 B수표의 번호를 적어 마치 B수표가 입.출금인 것처럼 위장한다.이때 B수표는 법인계좌등 출납이 잦은 통장에 입출금된 것을 이용한다.따라서 전표상으로는 검은돈이 엉뚱한 계좌에 들어간 것이 돼 추적은난관에 부닥친다.전 표작성과 보관이 출납창구직원(Teller)별로 이뤄지며 수사기관이 특정창구의 전표만 실사한다는 맹점을 이용,A직원이 수납한 수표를 B직원이 받은 수표와 바꿔치기 하는 신종수법도 등장했다.
◇수표 입출금시각 조작=예컨대 검은 돈이 A계좌에서 B계좌로입금된 시각이 오후2시라면 A계좌에서 출금된 시각을 오후3시로전표에 늦춰 기재하는 식이다.이 경우 오후3시에 발행된 수표가오후2시에 다른 계좌에 입금될 수 없기 때문 에 A계좌에서 B계좌로 옮겨간 수표가 동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
◇차명예금후 본인명의로 대출=남의 이름을 빌려 예금한 뒤 이를 담보로 본인 이름으로 대출을 받으면 자금출처가 드러나지 않는다. ◇전표.필름 없애기=금융기관은 부도시 채권확보를 위해 평소 수표번호와 발행의뢰인을 전표에 기록해 두고 수표 앞뒷면을촬영해 마이크로 필름으로 보관한다.
전표조작등의 방법으로 돈세탁을 해준 금융기관은 수사망이 좁혀지면 전표와 마이크로필름을 태워버리는 최후수단을 사용하기도 한다.한전 원전건설비리사건 수사당시 안병화(安秉華)한전사장이 뇌물로 받은 수표의 마이크로필름이 훼손돼 검찰이 수 표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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