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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원권 지폐 겸재 그림이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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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000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겸재 정선의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보물 585호·개인 소장) 등 문화재급 서화 작품 상당수가 위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화감정전문학자인 이동천(43·사진) 박사는 19일 저서 『진상(眞相)-미술품 진위 감정의 비밀』(동아일보사)을 통해 겸재·단원·추사 등의 주요 고서화에 의혹을 제기했다. 대부분의 작품이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과 대학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는 것들이다.

이 박사가 대표적 위작으로 꼽은 것은 지난해 1월부터 통용되고 있는 1000원권 지폐의 그림 ‘계상정거도’다. 그는 “1746년작인 이 그림은 진작을 옆에 두고 베낀 위작”이라며 “정선은 작품 수준이 대체로 균질한데 이 그림은 70대의 정선이 그렸다고 보기엔 필획 등의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계상정거도’의 경우 양식에 따른 분석이지만 시대별로 사용된 재료의 성질 등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도 있다. 호피선지(虎皮宣紙)는 20세기 초 중국에서 수입됐으므로 1856년 사망한 김정희의 호피선지 서첩인 ‘연식첩(淵植帖)’은 위작이라는 얘기다. 이 박사는 여기서 유홍준(명지대 교수) 전 문화재청장이 저서에서 ‘완당의 종이 사랑’이라고 칭송한 부분을 거론했다.

1000원권 지폐 뒷면의 '계상정거도'

또한 1880년대 이후 나온 중국제 소릉(素綾·비단의 일종)에 그린 이전 화가들의 그림, 후대에 검게 변해 그 시기를 알 수 있는 19세기 연분(鉛粉) 안료를 사용한 이전 화가들의 그림도 가짜라고 이 박사는 주장했다. 김홍도의 ‘섭쉬쌍부도’, 김정희의 ‘팔곡병’, 신사임당의 ‘초충도 8곡병’ 중 ‘맨드라미와 쇠똥벌레’(국립중앙박물관), 심사정의 ‘설제화정(雪霽和靜·간송미술관)’이 여기 해당된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송민선 동산문화재과장은 “1000원 지폐에 쓰인 ‘계상정거도’는 73년에 문화재 지정이 됐다. 몇 가지 건에 대해 학계와 함께 검토할 예정은 있지만 해당 분야 문화재위원들은 진본이 맞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명지대 이태호(미술사학) 교수는 “접하기 어려운 이 모든 고서화들을 직접 보고 연구해 판단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계상정거도’ 등 대부분의 그림은 도판으로 연구했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도 필선의 차이와 물감의 변한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천 박사는 중국의 대표적 서화감정가로 알려진 양런카이(楊仁愷)의 수제자로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감정학과를 개설해 교수로 근무했으며, 2004년부터 서울대 동양화과(박사 과정)에서 작품감정론을 강의하고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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