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박사가 대표적 위작으로 꼽은 것은 지난해 1월부터 통용되고 있는 1000원권 지폐의 그림 ‘계상정거도’다. 그는 “1746년작인 이 그림은 진작을 옆에 두고 베낀 위작”이라며 “정선은 작품 수준이 대체로 균질한데 이 그림은 70대의 정선이 그렸다고 보기엔 필획 등의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계상정거도’의 경우 양식에 따른 분석이지만 시대별로 사용된 재료의 성질 등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도 있다. 호피선지(虎皮宣紙)는 20세기 초 중국에서 수입됐으므로 1856년 사망한 김정희의 호피선지 서첩인 ‘연식첩(淵植帖)’은 위작이라는 얘기다. 이 박사는 여기서 유홍준(명지대 교수) 전 문화재청장이 저서에서 ‘완당의 종이 사랑’이라고 칭송한 부분을 거론했다.
1000원권 지폐 뒷면의 '계상정거도'
이에 대해 문화재청 송민선 동산문화재과장은 “1000원 지폐에 쓰인 ‘계상정거도’는 73년에 문화재 지정이 됐다. 몇 가지 건에 대해 학계와 함께 검토할 예정은 있지만 해당 분야 문화재위원들은 진본이 맞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명지대 이태호(미술사학) 교수는 “접하기 어려운 이 모든 고서화들을 직접 보고 연구해 판단했는지부터 의심스럽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계상정거도’ 등 대부분의 그림은 도판으로 연구했지만 실물을 보지 않고도 필선의 차이와 물감의 변한 정도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천 박사는 중국의 대표적 서화감정가로 알려진 양런카이(楊仁愷)의 수제자로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에서 감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명지대 대학원에 예술품감정학과를 개설해 교수로 근무했으며, 2004년부터 서울대 동양화과(박사 과정)에서 작품감정론을 강의하고 있다.
권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