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대통령비자금>3.6공때 기업 상납 "떡값" 껑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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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정치비자금에도 나름대로의 철학이란 게 있습니다.노태우(盧泰愚)정부에서는 이런게 전혀 지켜지지 않습니다.돈을 갖다바치면 반대급부는 없더라도 최소한 기업을 가만히 놔둬야지요.우리중 누군가 정치에 나서야될 때입니다.』(91년봄 은밀히 ■ 렸던 재계 원로회의) 보통사람의 시대였던 6공정부 들어와 정치자금과 관련된 상식과 관행이 급속히 무너지기 시작했다.그러면서 대기업들이 청와대에 내는 돈의 단위가 눈에 띄게 높아져갔다.
재계의 Q씨는『기업들이 생존을 위한「보험료」나 비상사태를 대비한 채널가동용 떡값을 내면 기업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게 5공까지 지켜져온 게임의 룰』이라면서『6공에서는돈을 받고도 기업,특히 30대 재벌을 괴롭혀 반 발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대그룹의 경우 10억원 안팎이던 떡값이 100억원정도까지 폭등하기도 했다.
정주영(鄭周永)현대그룹명예회장이 처음엔 10억~20억원을 내다가 50억원 내고 90년말에는 100억원까지 올려주었다고 폭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떡값에다 보험료를 더 얹어주어 무마하자는 것이었다.
***반발하면 세무조사 그럼에도 91년에는 현대그룹을 비롯해H.K등 일부 대그룹에 대해서는 세무조사까지 총동원됐다.재벌에대한 제재라는 명분아래 행해진「재벌 길들이기」였다.대그룹총수들이 다급해져 청와대에 수차례 진사사절을 보냈다.막대한 정치자금이 오간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수십억원이상씩 건네졌을 것으로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10여차례 진사사절을 보냈다가 문전박대 당한 현대그룹의 정 명예회장이 정치에 참여한 것만을 빼놓고는 대개「굴욕」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당시 대기업들은 90년초까지 3저 호황때 번 돈에다 증시호조때 증자과정의 물타기.뻥튀기등을 통해 챙겨놓은 비자금주머니가제법 든든했을 때다.
여기서 정치자금을 둘러싼 6공의「부패」가 번지는 토양이 성숙됐다고 볼 수 있다.
노 전대통령은 그야말로 보통사람이면서 돈 욕심은 비교적 많았다는 얘기들이다.
이러다보니 국내기업은 말할 것없고 외국기업도 청와대와 채널을트고 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다.명절때나 국가행사를 비롯해 대통령 해외순방때는 앞다퉈 돈으로 눈에 띄려고 노력했다는 것.
***돈욕심 많은 .보통사람' 국내의 정부공사나 신규사업허가를 비롯해 해외에 발주하는 원전.차세대 전투기사업등 각종 이권사업에는 반드시 거액의 돈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6공때 설립인가가 많이 난 골프장 허가는 10억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또 대기 업의 신규사업은 100억원 이상이 건네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간에는 청와대 로비가 사업성패를 가늠하는 살벌한 정글논리가 자리잡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노 전대통령은 소심해 돈을 직접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대신 K.L씨등 대통령측근이나 친인척이 부지런히 수금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돈이 청와대 깊숙이 일단 들어가면 나오는 법이 없었다.이 때문에 비자금의 주변에 서있던 주위의 측근들도 불만이 많았다.
』(전 정부관리 Z씨) 그래서 6공말기에 들어설수록 노 전대통령 측근들도 「떡고물」을 직접 챙기기에 바빴고 이런 총체적인 부패구조에서 상당수 기업들도 로비 중독증에 걸려 같이 물들어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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