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힘키워 해결의 장으로-金대통령 연설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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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유엔특별 정상회의 연설의 핵심은 유엔의 기능강화다.연설제목을 「유엔의 변화와 개혁」으로 택한 것도보다 강력한 유엔을 만들어 유엔에서 모든 국제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취지다.
동서 냉전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모색해가는 현시점에서 유엔이 그 중심이 돼야한다는 생각이다.
한국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동남아국가연합(ASEAN)등과 같은 지역적인 안보.경제블록에 속해 있지 않은 것이 유엔 강화를 주장하는 배경이다.아-태경제협력체(APEC)는 결속력이 약할 뿐 아니라 정치적 블록 화를 모색하고 있지도 않다.
더구나 남북한간의 문제,나아가서는 통일문제까지도 유엔의 도움을 받자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김대통령이 23일 유엔 강화를 주장하는 16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스웨덴.멕시코.인도등 각 대륙에서2,3개 중견국가들(Middle Powers)이 참여하는 이 회의는 『유엔이 국제평화에 주된 책임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공유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에따라 『유엔 이외의 다른 대안은 없다』거나 『유엔이야말로 국제적 차원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정통성있는 다자(多者)협력의 장(場)』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미국등은 유엔의 기능강화에 회의적 입장이다.
미국이 가장 많은 유엔활동비를 내고 있는데도 약소국들이 모여미국의 입장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부정적 시각을 깔고 있다.
그러나 미국도 도덕성과 국제적 대표성을 갖는 유엔을 완전히 무시하기는 어렵다.그래서 미국의 의도대로 유엔을 바꾸고 싶어한다. 김대통령이 유엔의 변화와 개혁을 주제로 연설한 것도 유엔의 변화를 모든 국가들이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더구나 변화와개혁은 김대통령 고유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유엔 변화의 방향을 확정짓고 세계 정상들의 정치적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김대통령은 유엔 개혁을 위한 특별총회 개최와 유엔정상회의 정례화를 주창했다.
유엔특별총회는 안보리의 요청 또는 유엔 회원국 과반수의 요청에 따라 사무총장이 소집하며 지난 47년 팔레스타인 문제로 소집된 이래 군축과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마약등 문제를 논의하기위해 18차례 소집된 바 있다.
유엔 정상회의는 냉전시대 종식이후인 90년 아동정상회의와 92년 안보리정상회의,93년의 리우 환경정상회의,95년3월의 코펜하겐 사회개발정상회의등이 개최됐다.김대통령은 이와함께 한국의유엔활동 참여의지를 보이기 위해 유엔평화유지활동 (PKO) 장비 저장소의 유치를 제의하고 유엔의 자발적 기여금을 늘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 위치를 과대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유종하(柳宗夏)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아시아에서 단일후보로 비상임이사국으로 추천받았고 16개국 정상회의에 우리를 초청하는등 우리의 국제적발언권은 결코 낮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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