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봤습니다] 재규어 XF 2.7 디젤, ‘기존 재규어는 잊어라’ 디자인 대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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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확 바뀌었다. 이름만 빼고 몽땅 다 바꾸는 그야말로 ‘변신’을 감행했다.

지난달 25일 제주도 시승행사에서 재규어 XF 2.7 디젤을 만났다. 첫 대면한 XF에서 기존 중형세단 S타입의 흔적을 찾기는 어려웠다. 이름부터 S타입에서 XF로 바꿨다. 엉덩이에 붙은 마크만 아니면 재규어라는 걸 알아채기 쉽지 않다. 보닛에 있는 두 개의 선(일명 ‘라이언스 라인’)과 그물형 앞 그릴 정도가 과거 S타입의 스타일이다. 무엇보다 보닛 앞에 톡 튀어나와 있던 ‘뛰어가는 재규어’(일명 ‘리퍼’)가 사라진 건 놀라운 변화다. “아시아 시장에선 리퍼를 떼는 것에 반대가 많았지만 XF 디자인에 리퍼는 안 맞는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이동훈 재규어코리아 대표는 설명했다.

XF는 뒷자리 지붕 라인이 쿠페처럼 낮게 떨어진다. 날렵한 스포츠세단의 특징을 살렸다. 트윈 머플러로 고성능의 느낌도 준다. 수석디자이너 이안 칼럼은 “시장의 요구를 반영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클래식한 디자인은 재규어의 특징이지만 너무 점잖다는 느낌을 줬다. 젊고 세련되지만 개성을 잃지 않은 새 디자인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운전석에 오르자 더 많은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일단 변속기가 있어야할 자리에 동그란 다이얼이 보인다. 이 원형의 변속레버를 손에 쥐고 좌우로 돌려 기어를 바꿀 수 있다. XF에 처음 선보이는 시스템인데, 힘들이지 않고 기어를 바꿀 수 있어 편리하다. 실내 조명등은 손을 대기만 하면 켜지거나 꺼진다. 조수석 글로 박스도 터치만으로 열린다.

디젤 엔진이지만 상당히 조용하다. 가솔린 차로 착각할 정도다. 제주도의 해안도로로 나섰다. 가속페달을 밟자 2.7 디젤엔진이 최대토크 44.4㎏·m의 힘으로 박차고 나간다.

시승회에 참가한 기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는 ‘정말 괜찮은 재규어가 나왔다’는 것. 물론 재규어의 변신이 시장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지는 두고봐야 한다. 무엇보다 7290만원이란 가격이 약간 부담스럽다. 경쟁 모델인 BMW 528i(6750만원)나 아우디 A6 3.2 FSI 콰트로(6850만원)가 이미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6000만원대로 낮춰놨기 때문이다.

제주=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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