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웹 1.0의 상징, 퇴진 위기에 몰려

중앙일보

입력

중앙SUNDAY

인터넷 포털 야후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리 양(39)이 일생일대의 위기에 몰렸다. 그가 야후 CEO 자리에서 쫓겨날 것이라는 관측이 월스트리트에서 뭉게구름처럼 피어 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 제안을 거부한 이후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72)과 펀드들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칸은“MS와 합병을 다시 추진하라는 주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 그러면 주주총회에서 나와의 표 대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고 15일 최후 통첩했다. 동시에 자신을 포함한 이사 후보 10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제리 양을 비롯한 기존 이사 10명을 통째로 물갈이할 요량이다. 또 일부 펀드는 현 이사진이 MS의 인수합병(M&A) 제안을 거부해 주주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줄줄이 소송을 제기했다. 승부는 7월 3일 야후 주주총회에서 갈린다.

아이칸과 제리 양은 주식 확보를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아이칸은 15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동원해 최근 열흘 사이에 야후 주식 5900만 주(약 4%)를 사들였다. 여기에다 추가 자금 25억 달러(2조5000억원)를 준비해 놓고 있다. 미 공정거래 당국의 동의만 받으면 순식간에 9000만 주 정도를 더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대로 되면 아이칸은 지분 10% 정도를 보유하게 된다. 제리 양 등 내부 임직원이 보유한 지분과 거의 같아진다. 수세에 몰린 제리 양은 우선 집안 단속에 들어갔다. “아이칸이 1985년 미 항공사 TWA처럼 야후를 부셔버릴 것”이라며 직원 1만4000여 명에게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다.

양쪽은 지분 70%를 보유한 펀드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필사적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애널리스트 스콧 캐슬러는 아이칸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야후의 제리 양 등 현 경영진이 뚜렷한 대안 없이 MS 인수 제안을 거절하는 바람에 주주들로부터 큰 불만을 샀기 때문이다.

대만 출신인 제리 양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야후 설립 이후 웹 1.0 시대를 대표하는 IT 기술자로 떠올랐다. 95년 기업공개(IPO) 이후에는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 이사 출신인 로이 보스톡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대신 자신은 CEO를 맡아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IT 거품이 꺼진 2001년 이후로는 이렇다 할 성장동력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구글에 포털 1위 자리를 내줘 주주들의 불만을 키웠고, 끝내 늙은 기업 사냥꾼인 아이칸의 공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강남규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