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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 '민노당 강세지역 공천 포기' 방침 하루 만에 뒤집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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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린우리당이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가 출마하는 경남 창원을(乙)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던 당초 방침(본지 3월 25일자 1면)을 급히 바꿨다. 이른바 '색깔론'을 의식해서다. 총선 후 민노당과의 정책공조 가능성을 언급한 언론 보도가 계기가 됐다.

박영선 대변인은 25일 오후 "논란이 된 창원을 선거구에 박무용 전 경남약사회장을 공천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오후 들어 긴급 회의가 열리면서 방향이 바뀌었다. 당의 한 고위급 인사는 "당의 고문들까지 민노당과의 정책공조 얘기에 화들짝 놀라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입장 선회는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의 정책공조 가능성을 선거 쟁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동영 의장은 "김혁규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 경남지역 선거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이 (후보를 내지 말 것을) 강력하게 건의해 비워놓고 있었다"며 "그러나 정책공조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끝까지 공천에 반대한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지도부가 (언론 보도에) 놀라 후다닥 공천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김혁규 상임중앙위원도 "오후 늦게야 연락을 받았다"며 "정책공조라는 단어에 너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섭섭해했다.

열린우리당 경남도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틈만 나면 진보세력의 원내 진출을 돕겠다더니 결과가 고작 이거냐"며 "지나친 몸사리기는 선거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주일 전 한나라당을 15%포인트 정도 앞서가던 일부 경남지역 선거구가 최근 5%포인트까지 뒤지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며 "민노당 강세지역까지 후보를 내 한나라당에만 좋은 일을 하려는 것이냐"고 흥분했다.

민노당 김종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자기들끼리 후보를 낸다, 안 낸다 하느냐"며 "열린우리당이 후보를 내도 우리가 당선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길 대표도 이날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이 민노당에 울산.거제 등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직.간접적으로 얘기해 왔으나 거절했다"며 "열린우리당의 행태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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