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론 첫날 신청 거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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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황영기 회장이 25일 취임식 직후 본점 영업부에서 고객에게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 상품에 대한 안내서를 직접 나눠주고 있다.[김형수 기자]

장기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이 처음 출시된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영업부 모기지론 창구. 창구를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4명의 담당 직원은 다른 주택대출 상담을 하거나 간혹 걸려오는 문의전화를 받았다.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이 이날 9개 금융회사를 통해 일제히 출시됐다. 각 금융회사 콜센터에 문의전화는 늘었으나 실제 창구에서 모기지론을 신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외환은행은 모기지론 실적이 3건(3억6200만원)에 불과했다.

우리은행의 이헌주 부부장은 "창구에 문의전화는 많이 왔지만 직접 신청하는 사람은 없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로 ▶부동산 열기가 식은 상태에서 자금이 묶일 가능성이 크고▶모기지론의 이자가 연 6.7%로 은행 주택담보 대출금리(연 5.5% 안팎)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다 지난 24일 청약이 마감된 서울 용산 시티파크 주상복합에 7조원 가까운 청약증거금이 묶인 것도 한 요인이 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주요 모기지론 고객인 자영업자는 소득 증빙이 불분명한데 소득수준 대비 부채상환 능력 기준비율(DTI)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실제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창구를 찾는 고객은 예전과 큰 차이 없이 차분했다"면서 "주택은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수요자를 위한 모기지론은 투자 목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이에 따라 예상보다 신청 대상자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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