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강승현의 뉴욕 스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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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모델 에이전시인 포드사의 슈퍼모델 콘테스트에서 깜짝 1위 입상한 강승현(21)씨. 이례적인 수상에 전세계의 스폿라이트를 받던 그녀는 대회 4개월이 지난 지금 삶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꾸며가고 있을까? 뉴욕에서 그를 만났다.

  “아까 제가 저기서 걸어오는 거 못 알아보셨죠? 제가 평범하게 생겼잖아요. 근데 이게 제 개성이자 매력인 거 아세요?”
  강씨는 새초롬한 사진 속 인상과 달리 쾌활하고 거침없었다.
  마주앉아 찬찬히 얼굴을 뜯어보았다. 수상 당시 쏟아진 ‘동양적 매력’이라는 찬사가 언뜻 와닿지 않았다. 동그란 눈에 살짝 쌍꺼풀이 진 무난한 표정이었다. 서구적이지도,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도 아니다.
  “못생겼다는 말은 차라리 괜찮아요. ‘저렇게 특징 없는 애가 어떻게 모델이 됐는지 모르겠다’ 는 인터넷 댓글에 가장 상처 받아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겼어도 악플은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훌훌 털어버리죠. 인형같이 생겼어도 ‘너무 예쁘장하기만 해’ 라고 지적했을 거예요.”
  그는 차분히 말을 이었다. “평범하게 생겼다는 말이 이젠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모습도 담아낼 수 있다는 칭찬으로 들려요. 조각상이나 인형처럼 생긴 얼굴이 오히려 제약이 많아요. 싫증을 잘내는 현대인에게 어필하려면 아름다움 역시 융통성있게 변화해야 하죠.”
  세계 패션무대에서 성공하는 비결은 뭘까? 강씨는 자기만의 개성을 찾아내 계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잘 나가는 외국 모델들을 보면 다리가 몹시 휘거나 피부가 깨끗하지 못한 이들도 많아요. 절대적인 미의 기준은 없다는 말이죠. 보세요. 제가 그걸 증명하잖아요.”
  언어소통에 불편은 없는지 물었다.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영어를 배운다”고 대답했다.
  “작업현장에서 말을 못 알아들으면 모델생활도 끝이에요. 죽어라 귀를 열고 알아들으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죠. 참, 저 오늘부터 영어학원도 나가요. 진작 다녔어야 했는데…. 집에 와서 씻고 책상에 앉으면 몇분 안돼 잠에 골아 떨어지는걸 어떡하겠어요. 포기하고 싶을 땐 힘든 시절을 떠올리며 자기최면을 걸어요.”
  세계적인 슈퍼모델들이 모델 이외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씨의 또다른 꿈은 무엇일까.
  “잠시 멈칫하고 있지만 교수 꿈은 여전히 품고 있어요. 훗날 학생들에게 다른 한국 모델들이 해보지 못한 제 경험을 얘기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델 일에 전념하려해요. 5년 후 다시 인터뷰 해주세요. 그 때는 또 다른 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뉴욕= 프리미엄 심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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