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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여행>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 하여 책을 읽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우리나라의 가을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높고 파란 하늘에 황금빛 들판,여기에다 불타는 단풍(丹楓)까지 곁들여 온통 원색의 장관을 이룬다.
이를 두고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은 천고마비(天高馬肥:하늘은 높고 말은 살찜)니 정안홍엽(征雁紅葉:기러기 날고 단풍이 물듦),국오수벽(菊傲水碧:국화가 뽐내고 물이 비취처럼 푸름)의 계절이라고 노래했다.가을은 낭만의 계절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가을은 쾌적한 날씨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각종 문화행사가 이 때에 집중돼 있음은 물론이다.그렇다면 가을은 문화의 계절이기도 한 셈이다.
책읽기에도 여간 좋지 않다.그래서 옛 사람들은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등불을 가까이 하기에 좋음)의 계절이라고도 했다.
당(唐)의 문호(文豪)한유(韓愈)에게는 아들 창(昶.字는 符)이 있었다.
그는 아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符讀書城南」(부독서성남)이라는 시를 썼다.
時秋積雨霽(시추적우제)-바야흐로 가을,장마도 걷히고 新량入郊墟(신량입교허)-마을과 들판엔 서늘한 바람 燈火稍可親(등화초가친)-이제 등불을 가까이 할 수 있으니 簡編可舒卷(간편가서권)-책을 펴 보는 것도 좋으리.
그렇다.우리 조상들은 이 때가 되면 희미한 등불을 가까이 하고 귀뚜라미 소리를 벗삼아 책을 읽곤 했다.이젠 전등이 대낮같이 밝히는 세상이 되었으니 전등가친(電燈可親)의 계절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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