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지도 방식 불협화음 빚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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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삼성생명 간판 선수인 변연하(28)와 정덕화(45) 감독이 나란히 팀을 떠났다. 변연하는 삼성생명의 잔류 요청을 뿌리치고 11일 국민은행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정 감독은 9일 회사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된 변연하가 삼성을 떠난 것은 박정은(31)·이종애(33) 등 선배들이 있는 한 자신이 팀에서 ’넘버원’이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력은 팀내 최고이면서 ‘언니’들 그늘에 가려 연봉 등에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음 직하다. 변연하는 삼성을 떠나기 직전 회사 측에 남자 특급 선수 수준의 연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생명과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정 감독은 4년 동안 6시즌(여름리그 포함)을 치르면서 한 번 우승하고 세 번 준우승했다. 또 국가대표 감독으로 발탁될 만큼 지도력도 어느 정도는 인정받았다. 정 감독은 결별 통보를 받고 나서 “현역 대표팀 감독이 소속팀에서 경질 통보를 받은 건 내가 처음일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정 감독의 재계약 실패는 두 가지 사유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지도방식이 거칠어서 선수들의 반발이 나왔다는 것이다. 구단 측에서 이를 못마땅해했다는 말도 들린다. 또 회사 측이 ‘다음 세대를 위해 젊은 선수들을 키우라’는 주문을 했는데 감독이 성적에 연연해 노장 선수들을 자주 기용했고, 이로 인해 회사 방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또 하나 문제. 삼성생명 농구단은 운영 방식이 좀 독특하다. 구단 프런트 외에도 일부 선수들이 구단 고위층과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작은 일이 부풀려져 고위층으로 전달돼 감독이 퇴출당하게 됐다는 해석이 농구계에서 나온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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