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김대중대교 명칭, DJ 원치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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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여러 곳의 명칭에 (자신의) 실명을 사용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1일 짧은 성명을 냈다. 전남 신안군 압해도와 목포시를 잇는 연륙교(1420m)의 명칭을 ‘김대중 대교’로 하는 것을 김 전 대통령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박 전 비서실장은 “(명칭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관에서도 사전에 우리와 상의한 바 없었다”며 “명명 과정에서 관계기관에 김 전 대통령의 실명을 사용하는 데 신중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었다”고도 했다.

지난 1일 전남도는 김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2000년 6월 착공돼 8년간 2124억원이 투입된 이 다리의 이름을 ‘김대중 대교’로 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압해도 주민들은 “마치 압해도가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것처럼 보이는 게 싫다”며 반발했다. 주민 7000여 명은 ‘압해대교’라는 명칭을 사용해 달라는 집단 민원까지 9일 전남도에 냈다.

그 때문에 박 전 비서실장의 성명 발표가 전남도의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김 전 대통령 측의 최경환 비서관은 “최근 두 분(김 전 대통령과 박 전 비서실장) 사이에 협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이번 성명은 재임 시절에도 공공시설물에 휘호나 현판을 기증하기를 꺼렸던 김 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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